"내가 차라리 세상 사람을 돕겠다. 세상 사람이 나를 돕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중국 최고의 자선가로 꼽히는 홍콩 펑녠(彭年)실업 위펑녠(余彭年) 회장의 사무실 벽에 걸린 글귀다. 경기 한파가 홍콩에도 몰아치면서 취업난을 겪는 대학 졸업생들을 위해 600만 홍콩달러(약 10억6,500만원)를 쾌척한 위 회장이 명보(明報)와 인터
뷰를 갖고 부에 대한 가치관을 털어놓았다. 9일 명보에 따르면 올해 87세인 위 회장은 자신이 죽으면 재산 40억 홍콩달러(7,100억원)를 자손에게 한푼도 물려주지 말고 자선활동에 쓰라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2년전 모든 재산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자선신탁기금으로 위탁했다.
위 회장은 그 이유를 "그들대로 살 도리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방도가 없다 해도 돈을 주는 게 그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륙 후난(湖南)성에서 출생해 88세 미수(米壽)를 앞둔 그는 1950년대에 홍콩으로 이주한 이래 인력거꾼, 청소부, 건설 인부 등으로 일하면서 고용주에게 인정을 받은 뒤 60년대 초 부동산투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회장은 부동산 경기가 살면서 승승장구, 지금은 여러 개의 특급호텔과 부동산을 홍콩과 대만, 선전 등에 소유한 부호가 됐다.
그의 자선사업은 30년 전 후난성 고향에 학교와 병원을 세운 게 시작이었다. 병원에 늦게 도착한 환자가 숨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10대의 구급차를 기증하기도 했다. '자선'에서는 초보였던 위 회장은 의욕이 앞서 학교건립에 수백만 홍콩달러를 사기당하는가 하면 기증한 구급차가 사적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다. 이후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그는 자신이 직
접 자선활동을 챙기며 아침 7시부터 밤11시까지 매달렸다.
그는 2003년설립, 15대의 의료차량으로 구성된 '펑녠광명행동' 이동병원 서비스를 통해 10만명에 달하는 백내장 환자의 눈을 뜨게 했다. 위 회장은 3차례 연속 '후룬(胡潤) 자선왕'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5월 쓰촨 대지진 피해복구 지원과 자선기금 확충을 위해 전설적 쿵푸 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의 옛집을 비롯한 시가 2,000억원대의 홍콩내 토지를 경매에 내놓았다.
지난해까지 기부한 액수는 30억 홍콩달러(5,320억원)에 이른다. 위 회장은 믿을수 없기 때문에 자선사업 관리를 자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는 자손들의 반응에 대해 위회장은 "어떤 반대도 없다. 그들 모두는 나름대로 풍족한 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007년 '세계 14대 자선가'로 선정된데 대해 "명성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격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웃었다.
한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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