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처음 KBO 새 총재로 추천된 것은 55일 전인 지난해 12월16일이었다.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사 간담회에서 신상우 총재가 “KBO 총재에서 물러나겠다”며 전격 사퇴한 직후, 이사들은 곧바로 비공개 회의를 갖고 유 이사장을 새 총재로 추천하기로 했다.
김응용 삼성 사장, 조남홍 KIA 사장,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은 불참했지만 나머지 5개 구단 사장은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월18일 KBO의 감독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 관계자는 “이사회의 총재 추대는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며 “이사회의 추천, 총회의 선출을 거친 뒤 문화부에서 최종 승인을 하는 게 정당한 절차일 것”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4일 후인 12월22일 유 이사장 측은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사회의 추천을 사양했다. 유 이사장 사퇴 후 KBO 새 총재 추천안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사들은 “절차에 무슨 하자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대착오적 발상인 것 같다”며 불만을 표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새해 들어서도 내내 잠잠하던 총재 문제는 1월14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 직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유 장관은 “KBO 총재는 KBO와 야구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불간섭 원칙’을 천명했다. 이어 2월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KBO에서 자체적으로 좋은 분을 선출하기 바란다”며 유 장관의 ‘불간섭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화부의 방침을 전해들은 KBO는 이날 오후 “9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열어 총재 선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부와 KBO의 발표를 확인한 이사들은 총재 추천과 관련해 기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고, 9일 이사회에서 예상했던 대로 유 이사장을 새 총재로 추천하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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