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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사퇴/ '檢발표 후 자진사퇴' 與시나리오 그대로… 들끓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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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사퇴/ '檢발표 후 자진사퇴' 與시나리오 그대로… 들끓는 경찰

입력
2009.02.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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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끝까지 지켜줄 줄 알았는데…." "경찰이 왜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냐."

논란이 끝이지 않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서울경찰청장)의 거취 문제가 결국 자진사퇴로 일단락되자 경찰 내부가 충격과 좌절로 들끓고 있다. 김 내정자가 용산 참사의 법적 책임을 벗었음에도 여권의 국정운영 부담이란 정치적 논리에 희생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자진 사퇴는 용산 참사 초기부터 여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검찰 발표 후 자진사퇴' 시나리오대로 됐다는 점에서 일견 예고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법질서 확립"을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뒤통수를 맞은 듯 허탈해 하는 상황이다.

실제 경찰 지휘부는 용산 참사 후 20여일 동안 '김 내정자 유임'에 강한 기대를 걸며 용산 문제에 정면 대응해왔다. 용산 철거민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동영상이나 각국의 불법시위 대응 자료집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여론조작' 시비 속에서도 각종 매체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경찰들의 대규모 참여도 유도했다. '선(先) 진상조사, 후(後) 거취결정'이란 청와대의 방침 속에서 검찰 발표 전까지 유임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검거해 여론을 '치안력 확보' 문제로 돌려놓아 김 내정자가 부담을 덜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초기와 달리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SBS TV '원탁대화'에 출연, "내정을 철회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하자 경찰은 "김석기 체제가 굳어졌다"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김 내정자도 설 연휴기간 귀성 현장을 찾는가 하면, 경기 서남부 지역 치안종합대책 등을 점검하며 내부 조직 관리에 박차를 가했고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D-데이였던 9일 검찰 수사 발표일.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경찰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발표에다,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시급한 일이 아니다"는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부장급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 김 내정자는 "앞으로 조직을 잘 추스르고 열심히 하자"며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의 이런 낙관적인 기대와 달리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쟁점법안 처리 등 향후 국정운영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우세했다. 이날 오후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참모회의에서 자진 사퇴로 최종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후 7시 간부들과 약속했던 저녁 식사를 취소하고 외부로 나간 김 내정자는 오후 8시 홍보과장에게 "내일 용산 사고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것을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했다. '자진 사퇴론'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김 내정자는 10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화재사고 발생 직후부터 자진 사퇴를 고심했다"면서도 "불법에 강하면서도 시민에게 친절한 경찰을 이제야 실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무척 아쉽다"며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경찰총수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물러났다는 인식 탓인지 일선 경찰과 고위 간부들도 하루 종일 술렁였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오늘은 공권력이 죽은 날", "이젠 국회의원들이 시위 진압에 나서라" 등 분노와 자괴감이 섞인 글들이 수백 건 올라왔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가뜩이나 지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져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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