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9일 현재 171명의 사망자와 가옥 750여채의 소실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낳으면서 호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경찰국은 이날 "빅토리아주 31곳이 계속 불타고 있으며 사망자가 현재 171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 북쪽 킹레이크웨스트에서 11구의 시신이추가로 발견돼 사망자수가 이처럼 늘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빅토리아주 주정부는 사망자가 230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일간디오스트레일리안이 보도했다.
이번 화재는 1983년 빅토리아주 등 호주 남동부에서 75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재의 수요일' 화재 사건을 뛰어 넘어 호주 역사상 최악의 화재가 될 전망이다.
AP통신은 호주 정부 발표를 인용해 "소방 당국과 경찰이 총동원돼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화재가 발생한지 사흘째에 접어 들면서 다수의 소방관이 부상하거나 탈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습기를 품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데다 기온이 떨어져 산불이 급격히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마의 공포를 드러내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BBC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불길을 피하지 못해 새까맣게 탄 동물의 시체가 널려 있으며 상점, 주유소, 학교가 온데 간데 없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한 주민은 "대피 명령을 듣고 차를 몰고 안전한 곳으로 향했지만 불기둥 같은 나무가 차량을 덮쳤다"며 "불속을 헤치고 운전해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차량들이 산불을 피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다 서로 충돌하고 오토바이가 도랑으로 빠지는 등 아비규환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체 주민 200여명 가운데 30여명이 숨진 멜버른 북쪽 스트라스원의 한 생존자는 "월남전 때 사용한 네이팜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며 치를 떨었다.
이번 화재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빅토리아주 메리스빌은 풍광이 뛰어나고 겨울철 스키장이 개설되는 관광지이지만 이제는 그런 명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단서는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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