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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40대 대한민국 아줌마 '예의 없는' 사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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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40대 대한민국 아줌마 '예의 없는' 사회 비판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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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지음/ 문학의문학 발행ㆍ328쪽ㆍ1만1,000원.

"마흔이 되면 더 이상 세상을 욕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데 우리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에요."

방랑의 20대, 불안의 30대를 통과하며 세상과 불화한 채 내면의 문제를 파고들어 갔다는 소설가 김별아(40ㆍ사진)씨. 마흔의 들머리에서 막 세번째 산문집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를 세상에 내놓은 김씨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김씨의 말처럼, 산문집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대한민국 아줌마'다운 사회적 발언들로 뜨겁다.

어느 여름날 티셔츠 아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아이의 손을 붙잡고 지하철을 탔다는 김씨. "애 어멈 옷 꼬라지가" 어쩌고 저쩌고 싫은 소리를 하는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등장했지만, 곧 김씨의 말에 꼬리를 내렸단다. "이런 저런 꼴 다 보기 싫으면 집에나 들어가 계시지 왜 나와서 돌아다니셔요?" 타인의 취향에 간섭하는 사람들, 조금만 약하고 온순해 보이면 당장 물어뜯으려 드는 사람들 앞에서 김씨는 이렇게 대응하라고 역설한다.

예의와 범절로는 상대하지 말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라. 이런 일도 겪었다. 집 앞 초등학교에서 등교지도를 하는 아이와 지적받은 아이가 멱살잡이를 했다. 등교시간이라 교사도 있고, 싸움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많았지만 김씨가 나서서 아이들을 떼어놓기까지 그들은 팔짱을 끼거나 다들 제 갈 길만 갔다고 한다. 김씨는 말한다. "그들은 부모다. 그들은 교사다. 그들은 어른이 아니었다."

어느덧 한국사회는 내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는 침묵하고, 내게 필요할 때만 행여 손해볼까 새된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회가 되버렸다. 김씨의 시야는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영어지상주의, 몰개성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붙잡혔을 무렵 쓴 글 '연쇄살인보다 더한 공포'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시사적이다. "어떤 식으로도 괴물이 되어버린 그를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가 낯설지 않다. 우리가 몰이해와 불감증으로 끝내 교훈과 성찰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복수와 파괴의 환상은 그 끝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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