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 지음/ 문학의문학 발행ㆍ328쪽ㆍ1만1,000원.
"마흔이 되면 더 이상 세상을 욕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데 우리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에요."
방랑의 20대, 불안의 30대를 통과하며 세상과 불화한 채 내면의 문제를 파고들어 갔다는 소설가 김별아(40ㆍ사진)씨. 마흔의 들머리에서 막 세번째 산문집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를 세상에 내놓은 김씨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김씨의 말처럼, 산문집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대한민국 아줌마'다운 사회적 발언들로 뜨겁다. 모욕의>
어느 여름날 티셔츠 아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아이의 손을 붙잡고 지하철을 탔다는 김씨. "애 어멈 옷 꼬라지가" 어쩌고 저쩌고 싫은 소리를 하는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등장했지만, 곧 김씨의 말에 꼬리를 내렸단다. "이런 저런 꼴 다 보기 싫으면 집에나 들어가 계시지 왜 나와서 돌아다니셔요?" 타인의 취향에 간섭하는 사람들, 조금만 약하고 온순해 보이면 당장 물어뜯으려 드는 사람들 앞에서 김씨는 이렇게 대응하라고 역설한다.
예의와 범절로는 상대하지 말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라. 이런 일도 겪었다. 집 앞 초등학교에서 등교지도를 하는 아이와 지적받은 아이가 멱살잡이를 했다. 등교시간이라 교사도 있고, 싸움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많았지만 김씨가 나서서 아이들을 떼어놓기까지 그들은 팔짱을 끼거나 다들 제 갈 길만 갔다고 한다. 김씨는 말한다. "그들은 부모다. 그들은 교사다. 그들은 어른이 아니었다."
어느덧 한국사회는 내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는 침묵하고, 내게 필요할 때만 행여 손해볼까 새된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회가 되버렸다. 김씨의 시야는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영어지상주의, 몰개성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붙잡혔을 무렵 쓴 글 '연쇄살인보다 더한 공포'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시사적이다. "어떤 식으로도 괴물이 되어버린 그를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가 낯설지 않다. 우리가 몰이해와 불감증으로 끝내 교훈과 성찰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복수와 파괴의 환상은 그 끝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