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들은 요즘 정신이 없다. 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안을 심의하느라 밤낮이 없는 판에 폭주하다시피 걸려오는 유권자의 전화를 상대하느라 두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부양법안이 주요 의제로 등장한 최근 2주동안 상원의원실에 걸려오는 유권자의 전화가 폭증했다. 전화 불통 사태마저 생겨나고 있다.
유권자의 전화 내용은 한가지, 경기부양법안을 성토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프로그램(TARP)이 뜻밖에 의회 통과에 실패했을 때 "법안을 통과시키면 의원 자리 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유권자의 전화가 쇄도했던 것과 비슷하다. 유권자들은 최근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낸시 킬퍼 백악관 '최고성과관리책임자(CPO)' 등이 탈세로 낙마한 것에 더욱 자극 받아 자신들에게 천문학적인 세금을 물리는 정치권 행태에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CNN은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유권자의 항의전화로 의원들이 법안 심의에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의회 주변의 시민 감시 단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짐 웹 상원의원의 대변인은 "1월 한달 동안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유권자의 전화는 8통에 불과했으며 지금은 하루에 100통이 넘는다"고 CNN에 말했다.
캘리포니아 라구나 힐스에 사는 베티 데이비슨(63)은 3일 자신의 지역구 의원에게 전화해 "정말 속이 뒤집어진다, 9,000억달러라니 농담마라"라고 격하게 항의했다. 그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대슐, 킬퍼 등이 세금을 제때 내지 않은 것을 두고 "그들은 법을 만들지만 지키지는 않는다"며 "세금 내는 우리만 봉"이라고 토로했다.
유권자의 불만이 팽배하면서 '미국의 세금개혁' '정부낭비에 반대하는 시민들' 등 민간 의회 감시 단체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이메일과 웹사이트 방문 폭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낭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데이비드 윌리엄스 부회장은 "월가의 탐욕과 고위층의 탈세 및 위선을 목격한 유권자에게 세금과 경기부양법안은 일촉즉발의 방아쇠"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가 카드 이자율을 높이는 현실을 국민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국민 혈세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고위층과 서민 사이에 납세 의무에 대한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하면서 폴 카론 신시내티 대학 교수를 인용, "이런 반감이 조세제도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권자의 불만을 의식한 듯 수전 콜린스 공화당 의원, 벤 넬슨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중도 성향의 양당 상원의원 18명은 6일 기존 경기부양책에서 1,000억달러를 삭감한 8,3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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