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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요정 김연아 달콤한 꿈 그랜드 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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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요정 김연아 달콤한 꿈 그랜드 슬램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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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랜드슬램이다.

프레올림픽에서 우승한 김연아가(19)가 기세를 몰아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두 번이나 정상에 올랐던 김연아는 한국인 최초로 4대륙선수권대회마저 휩쓸면서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 수립 가능성을 높였다.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선 세계선수권대회와 동계올림픽 우승만 남기고 있다. 그랜드슬램은 세계선수권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피겨여왕' 미셸 콴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김연아는 7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콜리시움 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개인전 자유종목에서 116.63점을 받았다. 자유종목에서는 3위에 그쳤지만 합계 180.07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는 미리 보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이란 의미가 있어 김연아의 우승은 더욱 값졌다. 캐나다의 조아니 로셰트(183.91점)는 은메달을 차지했고, 규정종목에서 6위까지 밀렸던 아사다(176.52점)는 자유종목에서 최고점(118.66점)을 받은 덕분에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라비아 왕후를 연상케 하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는 배경음악 <세헤라자데> 에 맞춰 얼음판 위를 날아다녔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에서 롱에지(wrong edge)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과 트리플 루프를 뛰다가 넘어진 게 '옥에 티'였다. 성적은 최고였지만 롱에지와 트리플 루프라는 숙제를 받은 셈이다.

김연아는 롱에지 판정에 대해 심판을 원망하기보다 '내 탓이오'를 외치며 와신상담의 의지를 보여줬다. 김연아는 8일 "심판이 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내가 더 정확하게 뛰어 앞으로 롱에지나 어텐션 마크가 붙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루프를 실패한 건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자평했다. 피겨 전문가들은 김연아의 긍정적인 자세를 칭찬했다.

김연아는 비록 꿈의 점수 200점 돌파는 실패했지만 다음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지는 세계선수권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김연아는 2007년부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선 2년 연속 동메달에 그쳤다. 김연아는 9일 갈라쇼에 출연한 뒤 토론토로 돌아가 세계선수권을 준비한다.

한편 지난해 4위였던 김나영(19)은 엉덩방아를 두 번이나 찧은 탓에 총점 120.28점으로 16위에 그쳤다. 성인 무대에 처음 나선 김현정(17)은 총점 121.64점으로 14위를 차지했다. 8일 끝난 남자부에선 김민석(16)이 108.75점을 얻어 19위가 됐고, 캐나다의 패트릭 챈은 249.19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 김연아 인터뷰 "장래엔 코치·안무 해보고 싶다"

"올해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내년엔 동계올림픽 금메달, 나중엔 코치와 안무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19). 그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김연아는 "선수로서는 모르겠지만 내가 코치로서도 자질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가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코치와 안무가를 모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성은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는 김연아는 안무가의 꿈도 놓치고 싶지 않은 눈치다.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생각은 많이 했지만 잘 모르겠다. 눈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집중도 잘 된다.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보다 부담도 적다. 선수 생활과 지도자 생활은 다르겠지만 나중에 후배들을 지도하고 싶다. 실수가 있었지만 4대륙 대회에서 우승해서 기쁘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이라는 점에서 우승에 의미가 있다."

-스케이트 날을 잘못 사용했다는 롱에지(wrong edge) 판정을 받았는데.

"어떤 대회에서든 심판들이 보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내가 더 정확하게 (점프를) 뛰어 앞으로 롱에지나 어텐션 마크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 동안 문제가 없어서 걱정을 안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대로 (점프를) 하고 있지만 심판이 아닌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졌지만 4대륙에서는 아사다 마오를 이겼다.

"아사다와는 선수로서 비교도 많이 되고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도 우리의 경쟁에 관심이 많다. 현재의 상황은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은퇴하고 나면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라이벌이라서 서먹서먹하지만 나중에는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

-곧 대학생이 되는데 기분이 어떤가.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 됐다. 돌이켜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아쉽다.(4대륙선수권 출전으로 6일 군포 수리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때문에 고려대 입학식에도 불참한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게 운동이라서 어쩔 수 없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대학에도 못 갈 것 같아 아쉽지만 대학생이 된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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