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펙 지음ㆍ박언주 등 옮김
황소자리 발행ㆍ496쪽ㆍ19,800원
“구하라, 믿으라, 얻으리라.” 지금 미국 땅에 넘실대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44)의 주문(呪文)이다. 한 개인의 신념이 국가를 작동하는 이데올로기가 되더니, 미국 신자유주의를 떠받치는 이념적 기둥으로 거듭났다. 미시시피 출신의 찢어지게 가난했던 흑인 사생아가 전세계에서 가장 돈 많고 힘 있는 여성으로 성장했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승리다.
지난 미국 대선은 극적인 현장이었다. 대선 후보자들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려고 안달이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데에는 오프라가 민주당 경선 때 지지를 표명한 효과가 막대했다. 적어도 100만표에 버금가는 효과였다고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썼다. 오프라를 ‘정신적 지도자’로, ‘대중의 리더’로 서슴없이 부르는 이유다.
힐러리 클린턴은 2003년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 를, 빌 클린턴은 이듬해 자서전 <마이 라이프> 를 출간한 뒤 그녀의 쇼에 출연했다. 빌은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고백하며 눈물을 글썽였고, 카메라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머니 샷(money shot), 즉 돈 되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그 현장에서, 오프라는 마치 제사장 같았다. 그리고 오바마의 당선은 오프라의 완성이다. 마이> 살아있는>
저질 TV 토크쇼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오프라 윈프리는 진정 ‘흑백 문화 간의 안전하고 편안한 다리’(30쪽)로 거듭난 것일까? “사회적 현안들을 가장 비정치적인 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윈프리의 단골 레퍼토리에서 찾을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움직임”(408쪽)이라는 지적은 이 책의 오프라 위프리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압축한다.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들까지도 그녀의 마법에 걸리면 탈정치화된다. 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서구 정당들 간의 이념적 차이가 모호해진 이 시대는 바로 그녀 같은 대중 스타를 원했다.
여성을 겨냥, 심리학과 정신요법을 합쳐 대화술로 변용한 ‘테라피(theraphy) 토크쇼’가 그 요체다. 그것을 두고 “새로운 여성 종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리고 ‘오프라 북클럽’은 오프라가 고급 문화인으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2005년 작가들은 오프라에게 “현대 소설에 초점을 맞춰 책을 선정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콜로라도대 언론홍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70여 편의 TV 쇼, 관련 신문기사,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소개된 책 등을 분석했다. 책 말미 70여쪽에 걸쳐 소개돼있는 참고문헌을 비롯한 상세한 주석은 이 책의 신빙성에 대한 증거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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