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갈릴레오의 망원경은 우리 눈의 한계를 넘어 먼 우주의 관측을 위한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최근 현대 첨단 과학과 IT기술의 융합은 인간 세상의 실상과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한 눈으로 훤히 들여다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내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태평양의 바닷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화성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최근 첨단 IT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독자들이 집의 PC 또는 이동 중 휴대폰을 통해 그 답을 손가락 끝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최신 모바일 서비스 '구글 래티튜드' 는 GPS와 첨단지도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27개국에서 친구나 가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GPS를 내장한 기기는 3개의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 현재 위치를 10m 정도의 정확도로 계산해서 보여준다. 비 GPS 기기는 이동통신기지국 망을 이용하여 어느 영역에 있는지 정도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위치정보 서비스는 군사적 목적이나 사용자의 호기심 차원에서 출발하였지만, 최근 자동차 내비게이션, 범죄인 추적, 범죄 예방, 애완동물 표지, 희귀동물 추적보호 등 그 활용 범위를 생활과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범죄에 대한 우려 확산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가족과 연인,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위치기반 보안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친구 찾기 놀이가 지루해지면 화성으로 눈을 돌려보면 된다. 2005년에 시작한 '구글 어스'는 지구의 다양한 조감도 이미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최근 버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의 협력을 통해 3차원 영상으로 화성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화성 탐사선과 탐사로봇의 도움으로 화성 표면에서 돌아다니듯이 분화구와 협곡의 파노라마 풍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또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미개척지인 바다로 눈을 돌려, 해저 지형의 풍경과 이를 탐사하는 활동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치관련 서비스는 현대 첨단 기술 융합의 결정체이다. 화성의 탐사로봇, 심해 탐사정 등의 기반이 되는 로봇 원격탐사 기술, 위치정보와 관련된 GPS와 위성 기술, 모빌 인터넷 기술, 이를 엮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창의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블루 오션을 창출한 것이다.
이러한 첨단 위치정보관련 기술 융합은 벌써부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며칠 전 늦은 귀가를 초래한 모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위치정보 서비스의 시작과 함께 대두된 여성 사진 노출, 스토킹, 테러 등은 개인 사생활 침해와 오남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위치정보 서비스의 자발적인 참여, 정보 접근 제한, 현재 위치외 정보 삭제 등 여러 보완 장치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공상과학소설과도 같은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현대판 천리안' 위치정보서비스도 빌딩 내부 투과, 수직의 문제, 위치정보의 정확성 등 여러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건물 몇 층에 친구가 있는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현대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미답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일부 탐험가 및 전문가들의 전유물을 넘어 일반 사용자들과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바로 공유되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나노 로봇과의 몸 속 여행, 태양계를 넘어선 우주의 탐험, 뇌 속에서의 생각의 탐험 등도 가능해질까?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들이 요술처럼 손가락 끝에서 실현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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