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아닌 민노총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양심과 도덕성, 약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한다는 바로 그곳에서 추악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한 핵심간부가 성폭행하려 했던 산하 조합원은 지난해 12월 이석행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여성이다. 문제의 간부는 이 위원장이 검거된 다음 날 소위 대책회의를 위해 다른 간부들과 그녀를 만난 직후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조차 팽개친 행위이다.
더 놀라운 것은 민노총 지도부가 보인 행태다. 피해 여성측 변호인에 따르면 그들은 일벌백계로 가해자를 징계하기보다는 사건을 은폐하려고 반인권적이고 성폭력을 옹호하는 일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말로 정신적 충격을 더하는 2차 가해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게다가 피해자에게 은신처 제공경위에 대한 위증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을 위해서는 성폭력도 참아야 하고, 거짓말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 민노총에 얼마나 절망하고, 배신감을 느꼈으면 피해자가 다른 인권단체(인권실천시민연대)를 통해 사실을 폭로하고, 검찰에 고소를 했겠는가. 민노총은 사건의 은폐 축소나 허위진술 강요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파문이 커지자 민노총은 어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피해자는 물론 조합원들과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노조원 대상 성폭력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간부의 성평등 교육 이수 등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도 부랴부랴 내놓았다.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 역시 총사퇴해야 한다.
민노총은 2005년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뇌물수수 개인비리로 당시 지도부가 총사퇴한 일이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그에 못지않은 도덕성의 상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을 외면한 강경투쟁 일변도로 위기에 몰린 민노총은 뼈아픈 반성과 혁신, 현실인식을 통해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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