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양복 값보다 비싸 가계에 심한 부담을 안겨왔던 학생 교복 값이 학부모들이 추진한 공동구매에 의해 반값으로 떨어졌다. 공동구매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메이저 교복업체 대리점도 덩달아 공동구매 가격 이하로 판매가를 낮춰, 신학기를 앞두고 치솟는 교복 값에 고심하던 학부모들이 시름을 덜게 됐다.
당산중, 선유고, 여의도중 등 서울 영등포 지역 11개 중ㆍ고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추진위)는 8일 일부 대형 교복 생산업체를 상대로 공동구매 입찰을 벌여 거품이 낀 교복 값을 '반값'으로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각 학교별로 교복 공동구매 활동을 하면서 교복 값 인하를 유도했으나 일부 교복업체 대리점의 불참 등으로 성과가 미미하자 11개 학교 학부모들이 연합해 이런 결과를 이끌어냈다.
추진위는 지난해 5월부터 대형 교복업체를 상대로 공동구매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며 우선 교복의 디자인을 단순화할 것을 요구했다. 코르셋 지퍼, 안심지퍼, '돌돌소매' 와이셔츠, 일러스트 안감, S라인 교복 등 다양한 디자인의 교복을 생산업체가 자의적으로 결정해 값을 올린 것이 교복 값 거품의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쓸데없는 기능을 줄일 것을 교복 생산업체에 요구한 뒤 작년 12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구매 입찰을 벌였다. 그 결과 백화점, 대리점 등 시중에서 24만~30만원 하는 중ㆍ고교 교복을 16만~17만2,000원으로 줄인 아이비, 스쿨룩스 두 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말 계약을 맺었다. 이에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도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정헌(47) 선유고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장은 "학교장들이 좋은 취지에 따라줬고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노력해 공동구매로 교복 구입가격을 내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 거품을 제거했지만 지금과 같은 공동구매 정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경쟁업체 대리점 업주들이 공동구매 가격보다 더 낮추는 방식으로 방해를 해 공동구매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희(45) 당산서중 추진위원장은 "이보다 더 싼 가격은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동구매 했는데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판매 업주가 13만원 대에 팔며 방해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데 추진위는 뭘 했느냐'는 볼멘 소리가 들려와 추진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박현선(46) 당산중 추진위원장도 "입찰에 응하지 않은 업체가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 공동구매 참여가 저조해져 이 정책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교복업체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다시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교복가격 인상행위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며 '학부모회 등이 추진하는 교복 공동구매에 대한 방해 행위'를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제재 방법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진위는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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