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 인구가 130만 명 남짓한 이 작은 나라는 노래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5년에 한 번씩 전국의 아마추어합창단이 모두 모이는 '에스토니아의 노래 축제'(라울루피두ㆍlaulupidu)는 14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야외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3만 명의 합창단이 수십만 명의 관중 앞에서 노래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노래는 700년 간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외세의 지배를 받았던 이 나라의 고난에 찬 역사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어준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구소련 치하에서 벗어나 마침내 독립을 이루게 해 준 무기도 노래였다. 1987년부터 무장하지 않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자유를 갈망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88년 9월 11일 집회에는 전 인구의 4분의 1인 30만명이 모여 낮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밤새도록 자유의 노래를 불렀다. 그건 누가 이끈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이었고, 1991년 독립할 때까지 4년간 계속됐다. 구소련의 탱크도 스스로 인간방패가 되어 대항하는 노래 시위대를 꺾지 못했다.
노래로 독립을 쟁취한 이 놀라운 사건은 '노래하는 혁명'으로 불린다. 노래하는 혁명은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에서도 벌어져, 1989년 8월 200만 명이 손을 잡아 발트 3국을 연결하는 약 600km의 인간띠를 만들면서 절정을 이루었고, 세 나라는 1991년 마침내 구소련에서 독립한다.
노래의 나라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합창단,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이하 EPCC)가 첫 내한 공연을 한다. 3월 1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1935~)와 올해 탄생 200주년인 멘델스존의 종교음악으로 무대를 꾸민다.
20세기가 배출한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인 패르트는 에스토니아 음악의 얼굴이다. 그는 현대음악 작곡가로는 특이하게 중세 교회음악에서 자신의 어법을 찾아내 '틴티나불리'('작은 종'이라는 뜻) 스타일을 완성했다.
마치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지듯 극히 단순하고 명료한 구조 속에 깊은 울림을 전하는 그의 음악은 어렵고 복잡한 현대음악에 지친 사람들을 사로잡아 음악계에서 하나의 컬트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인 스티브 라이히는 "패르트의 음악은 한 순간의 유행과는 무관한 인간의 깊은 욕구를 채워준다"고 말한다.
패르트의 음악은 EPCC의 핵심 레퍼토리다. 이들이 노래한 패르트의 종교음악 '다 파쳄'(Da Pacem)은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운 하모니"라는 극찬과 함께 2007년 그래미상(최우수 합창)을 받았다.
패르트 외에 토르미스, 튀르 등 다른 에스토니아 작곡가들의 음악도 자주 연주한다. EPPC는 2002년부터 발트해 지역의 풍요로운 합창 전통을 소개하는 음반 시리즈 '발트해의 목소리'(아모니아 문디)를 내고 있는데, 그동안 나온 3장의 시리즈 음반 가운데 2장이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영국인 지휘자 스티븐 레이튼이 지휘한다. '7개의 마그니피카트 안티폰' 등 패르트 음악 4곡과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등 멘델스존 작품 6곡을 들려준다. (02)2005-0114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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