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개, 폐업을 반복했다는 선배를 만났다. 맨처음은 분식점이었다. 개업 당일 주방장이 무단 결근했다.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첫 주문은 오므라이스와 김치볶음밥. 레시피를 뒤적여 조리해 내왔는데 손님들이 물었다. "어떤 게 오므라이스고 어떤 게 김치볶음밥인가요?"
두번째 주문은 상가 미용실에서 배달시킨 김밥. 그릇 찾아와 들춰보니 음식이 그대로 다 남아 있었다. 하나 먹어보니 남긴 이유를 알겠더란다. 하루 꼬박 가게를 지켜봐야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오만 원 남짓. 손구구를 해봐도 그 수입으로 가게세 내고 주방장 월급 주고 계산이 서지 않았다. 그 참에 아예 주방장 없이 가게를 꾸리기 시작했다. 주방일은 부인과 번갈아 하며 배달도 뛰었다. 선배의 취약점, 길눈이 어두웠다.
배달 장소를 못 찾아 한 시간을 헤매기도 했다. "독촉 전화는 걸려오지 집은 못 찾겠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 땀이 흐른다며 선배가 고개를 흔들었다. 겨우겨우 도착했지만 칼국수는 불 대로 분 뒤였다. 시간을 다투는 분식이나 배달 종목은 하지 말아야지 해서 시작한 것이 갈비집이었다. 그 갈비집이 어떻게 폐업에 이르게 되었는지 듣지 못한 채 헤어졌다. 사람 좋은 선배는 헐헐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세월 좋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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