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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자서전으로 돈? 강호순의 착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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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자서전으로 돈? 강호순의 착각책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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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서른세 살 된 산모가 체외수정으로 8쌍둥이를 낳아 화제가 됐다. 이 과한(?) 행복의 주인공은 그러나 곧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미 6명의 자녀가 있는 산모는 정부의 양육 지원금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산모는 자신의 이야기를 200만 달러에 책과 TV프로그램의 소재로 팔겠다고 나섰다가, 세인들이 혀를 차게 만들었다.

며칠 뒤 한국의 경기경찰청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강호순이 "내가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 아이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녀를 위한 그의 빗나간 염려에도 세인들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어긋난 자식사랑이 실현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강호순은 아마도 떠들썩한 사건을 책으로 써 내면 큰 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외국에서는 스캔들이 베스트셀러로 연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책으로 써 백만장자가 된 모니카 르윈스키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의 일일 뿐이다. 자신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베스트셀러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척박한 한국 출판 현실을 모르는 그의 착각이다.

한국의 대중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인류다. 이들에게 스캔들의 유통 경로는 인터넷일 뿐이다. 컴퓨터만 켜면 살인사건과 관련한 이야깃거리가 뭉텅뭉텅 쏟아져 나오는데, 서점 가서 돈을 주고 이 사건의 전말이 인쇄돼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들이 원체 책을 읽지 않으니, 해괴망측한 책도 나올 엄두를 못 낸다고 말하면, 한국 출판계 사람들의 어두운 얼굴에 씁쓰레한 웃음이나마 잠깐 번지려나. 하기야 신정아 사건 때 국내 출판사들이 거금을 주고 책 출간 계약을 맺으려고 달려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강호순이 한국의 '한탕주의' 출판구조에 기대를 거는 것도 순전히 그의 착각이라고 할 수만은 없겠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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