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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희망의 근거' 인류를 일깨운 선각자 10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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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희망의 근거' 인류를 일깨운 선각자 100인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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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시 쿠마르 등 엮음ㆍ채인택 옮김

메디치 발행ㆍ436쪽ㆍ1만8,000원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인간중심의 경제학> 을 쓴 프리츠 슈마허는 세계화를 초래한 전통적인 서구경제학과 정반대되는 이론을 제시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정점에 달했을 당시에 그는 간디에게서 영감을 받아 재생 가능한 자원에 기초하는 영속성의 경제학을 역설했다. 1977년 그가 죽었을 때 “한 시대의 의식을 변화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슈마허처럼 20세기를 살았지만 개발과 성장 일변도의 사고에 젖어있던 동시대인들에 앞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고 21세기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선각자들이 많았다. 영국의 녹색운동 잡지 ‘리서전스(Resurgence)’의 편집자 사티시 쿠마르가 20세기를 지배했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간의 투쟁을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선각자 100명의 사상을 모은 책이 <희망의 근거> 이다. 글은 이 사상가들을 잘 이해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썼다.

인간을 소비와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도덕적인 존재로 이해한 간디, 비폭력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환경오염 문제를 일깨운 지구과학자 레이첼 카슨, 나라가 망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비와 친절이라는 메시지를 널리 알린 달라이 라마 등 사회, 생태, 영적인 분야에서 새로운 정신을 실천한 이들이다. 세계 최초로 비영리 광고대행사를 설립한 제리 맨더, 현대인은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신분석학자 칼 융 등 여러 분야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지속가능성, 희망을 제시한 선구자들이다.

침체된 경제를 대출과 소비로 재가동시켜야 한다고 한 경제학자 케인즈의 사상은 규제없는 성장과 소비사회를 낳았고 지구 생태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지만, 그가 돈을 섬기지 않고 돈이 사람들을 섬기도록 해야 한다는 경제학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소개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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