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해(57)씨는 지난해 9월부터 경기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사람 덕분에 이렇게 재취업해 제2인생도 살게 됐다"며 '사람 장사'를 강조했다.
예씨는 회계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2005년 초 다니던 회사가 인수ㆍ합병(M&A) 되는 바람에 사표를 쓰고 나올 때까지 30년 가까이 회계 업무만 했다. "회계 일이라는 게 민감하잖아요. 인수 회사에서 저를 계속 써 줄리 없잖아요. 훌훌 털고 나왔죠."
퇴사 후 곧바로 직장 동료와 둘이서 플라스틱 원료 제조업체를 차려 관리담당 이사를 맡았다. 회사는 그럭저럭 돌아갔다. 하지만 회사 경영 과정에서 함께 창업을 했던 임원진과 갈등을 겪었고, 2007년부터는 사실상 회사에서 손을 떼고 재취업 준비에 들어갔다. 정식으로 퇴사한 것은 지난해 8월.
2007년 5월부터 학원에 다니며 주택관리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회계원리, 민법 등을 공부했는데,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 익숙했던 과목들이라 어렵지는 않았다. 특히 학원 '짝꿍'을 잘 만났다. "학원에서 자격증 시험에 서너 번 떨어진 사람이랑 친하게 지냈죠. 그 양반한테서 시험에 실패한 원인을 배우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물론 '다른 사람이 책 한번 볼 때 나는 두 번을 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예씨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내와 두 자녀의 생계를 꾸려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다행히 자녀 둘 모두 취직을 했어요. 저와 비슷하게 재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가장들에 비해선 부담이 덜 했죠. 그래도 가장은 가장이잖아요. 지금에야 말하지만 그 땐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예씨는 2007년 10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자격증이 재취업의 보증수표는 아니었다. 이후 5개월 동안 아파트 관리 분야만 집중 공략해 취업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10여 곳을 골라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나이가 많다는 점이 걸렸고, 아파트 관리 분야와 전혀 다른 회계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도 걸림돌이 됐다.
"풍부한 실패 경험을 가진 짝꿍 덕분에"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듯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람 덕분이었다.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파트 동대표 회장으로 일하고 있더군요.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체면 불구하고 부탁해서 이렇게 지금의 직장을 잡게 됐지요. "
소방장비 점검 일을 하는 소방관리사 자격증을 따서 더 나은 노후를 설계하는 것이 예씨의 계획.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적은 의기소침이죠.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면 건강에도 좋고 사회적으로 낙오되지도 않습니다."
김일환 고용정보원 홍보협력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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