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한 교육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대학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안 장관은 “(주요 대학들의 입시안을)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입자율화 3단계 추진 방안을 직접 만든 이주호 교과부 1차관도 얼마 전 교육계 관계자들과 대면한 자리에서 주요 대학의 입시안에 대한 정부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학입시의 사회적 책무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고등교육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대입 자율화 방안을 내놓은 지 1년이 되어 가지만, 주요 대학들의 입시안은 정책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려대의 2009학년도 수시모집 특수목적고 출신 우대 전형, 연세대의 2012학년도 대학별고사 별도 전형 도입 방안, 서울대의 2010학년도 정시모집 2단계 수능 반영 등 대입자율화 체제 입시를 왜곡시키는 입시안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탓이다.
교과부는 점수 위주의 학생 선발 방식에서 탈피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선진화 한 전형방식 전환을 위해 대입자율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주요 대학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점수를 통한 선발에 혈안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식을 통한 학생 선발’과 ‘불필요한 학습 부담 없이 대학에 진학토록 하겠다’는 대입자율화 정책 목표는 헛구호가 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주요 대학들이 양질의 강의프로그램을 통한 교육경쟁을 하기보다는, 점수에 얽매인 선발경쟁에 집착한데 따른 결과”라며 “세계 유수의 대학 중 점수 위주로 학생을 뽑는 곳은 없으며, 소위 ‘SKY 대학’들이 점수 경쟁에 집착하는 한 대학 경쟁력 제고는 요원하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대학들이 경쟁력으로 과열된 입시안을 쏟아내면서 ‘입시 부정’까지 거론되고있는 상황인데도 아무도 이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교과부는 대입 관련 업무를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넘겼기 때문에 “정부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대교협은 관련 매뉴얼이 없고 법적인 권한도 희박한 상태에서 섣불리 입시안을 심판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배짱이다.
다음달 고3이 되는 서울 중동고 이모(18)군은 “2010학년도 입시안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2012학년도 입시안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학들은 제발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각 대학은 극도의 불안과 혼란만 유발하는 중구난방식의 발표를 자제해야 한다”며 “대교협 중심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입시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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