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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하나 남은 내 고객인 남편…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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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하나 남은 내 고객인 남편… 오래오래 사세요

입력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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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남편한테 문자메시지가 왔다. '여보, 오늘 저녁에 일찍 퇴근해 이발 좀 해주시오.'바로 답장을 보냈다. '싫어. 아부지 생각나서 못 깎아 준다.'

남편은 퇴근하기 무섭게 이발도구를 챙겨 나를 부른다. 복지회관에서 6개월 배운 실력으로 20년 가까이 남편이랑 내 아버지, 단 두 명의 고객으로 내 실력을 지탱해왔다. 두 남자의 헤어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남편은 대머리, 내 아버진 평범한 스타일. 머리를 깎으면서 중얼거렸다. '가위랑 빗에선 아직도 아버지 냄새가 풍기네. 언제까지나 내 고객 일 것 같던 사랑하는 내 아버진 결국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눈에 이슬이 맺히고 격해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동네 이발관과 딸이 해주는 이발의 차이점이 딸은 마지막에 삐져나온 몇 가닥 눈썹까지 깔끔히 정리해 주는 것"이라면서 만족해 하셨다. 평생 이발비는 주시지 않았지만 쌀이며 고추, 온갖 잡곡으로 풍성하게 베푸셨다.

아버진 어머니가 먼저 떠나신 뒤 5년 가까이 홀로 계시면서 외로움을 술과 담배로 달래시느라 건강을 많이 해치셨다. 작년 이맘때 후두암 판정을 받으시고 딱 1년 만에 예년보다 더 많은 곡식을 자식들에게 베푸시고 그렇게 떠나셨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셨을까.

11월에 해드린 마지막 생신에 미역국 맛나게 드시면서 행복해 하셨는데…, 더 잘 해드릴 걸 하는 후회로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 염을 할 때도 유난히 아버지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 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난 통곡했다. '아버지! 언제 또 아버지 머리 한 번 깎아 드릴 수 있을까요.'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쌀에 검은 콩 얹어 밥하고, 깨 볶아 음식에 넣고, 장 담가 된장 끓여먹고, 고추 곱게 빻아 김장도 했다. 어디 하나 아버지 흔적이 없는 곳이 없다.

오늘 남편은 날 위로한답시고 만원짜리 한 장 꺼냈다. "5,000원 이발비, 5,000원은 팁"이란다. 한 명 남은 내 고객인 남편이라도 제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울산 동구 박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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