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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개발의 '약육강식'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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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개발의 '약육강식' 구조

입력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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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용산 참사는 재개발이란 이름의 우리 사회의 지뢰밭에서 터진 폭발물의 하나일 뿐이다. 알고 보면 그 곳에서는 늘 크고 작은 폭발물이 터졌다. 그냥 이대로 두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재개발은 온갖 불법과 비리가 들끓는 복마전이기 때문이다.

탐욕과 비리 판치는 복마전

우리의 도시 재개발은 도깨비 방망이다. 한번 휘두르면 우람한 건물군이 뚝딱 생겨난다. 재개발의 이러한 마력은 막대한 개발이익에서 나온다. 시정부가 용적률을 높여 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허가하면 원주민들은 무상 혹은 약간의 부담으로 고가의 새 집을 갖게 되고, 건설사는 잉여 용적률을 이용해 건축한 상가나 아파트를 팔아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된다. 시 재정을 들이지 않고도 도시가 이렇게 멋지게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 때문이다.

참사가 발생한 용산4개발구역도 개발 후 부동산 가치가 7,349억원에 이르고, 순수 재개발 이익은 1,785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합원, 즉 토지ㆍ건물 주인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은 한 사람에 5억4,000만원씩이나 된다. 먹잇감이 이렇게 크다 보니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달라붙어 법과 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각자 몫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아귀다툼을 한다. 비리와 탈법이 움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민동의 절차의 무시, 서면동의서 위조, 총회 허위 성사, 감정평가 조작, 업무비 횡령, 반대 조합원과 세입자 협박, 비용처리를 위한 분식회계, 분쟁 해결사 투입, 공무원과의 유착 등 비리와 탈법은 끝이 없다. 역설적으로 이는 재개발의 매력이 되어 한국의 도시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온갖 갈등의 원인이 되어 재개발 복마전을 만든다.

재개발 복마전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재개발 제도가 토지ㆍ주택의 소유권자 중심으로 돼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세입자와 같은 주거 약자의 권리는 무시하는 것이 당연한양 여긴다. 용산 참사 지역의 경우, 주택ㆍ상가 세입자가 이주비와 휴업보상금으로 받은 몫은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평균 재개발 이익금의 3.1%와 4.6%에 불과하다. 세입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고, 저렴한 소형주택이 소멸하며, 저소득층 일터가 사라지는 등 재개발이 남기는 '사회적 불의(不義)'의 그림자는 참으로 짙고 길다.

재개발이 복마전이 된 것은 공공 영역에 속하는 도시계획의 대상을 통제되지 않은 '욕망의 세계'인 시장 영역에 방치한 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때문이다. 1973년 재개발 제도를 도입한 뒤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997건 가운데 공공시행 사업은 8건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가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 전체 면적 4603만 ㎡는 지난 36년 동안 지정한 면적의 2.4배에 달한다. 도시 전체가 '탐욕의 공간'으로 변할 참이다. 그 속에는 곳곳에 제2, 제3의 '용산 참사'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재개발을 타락한 시장의 힘에 내맡긴 채 부분적 제도개선만으로 복마전을 없앨 수는 없다. 재개발은 기본적으로 도시계획 사업이다. 재개발 구역의 용적률을 높여주고 개발이익 발생을 허용하는 것 등은 모두 도시계획의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의 소유권만큼이나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호해야 한다.

공공성 원칙 바로 세워야

돈이 되는 대형주택을 새로 짓는 만큼 주거 약자들을 위한 소형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개발이익을 얻는 건설업자는 주민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책무를 져야 한다. 또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공공재정을 투입하고 사업 절차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게 도시계획으로서의 재개발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원칙을 올바로 세워야만 재개발 복마전은 사라질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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