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무난하게 마치고 차기 경제팀을 인계 받게 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에겐, 간단치 않은 선택이 주어져 있다. 전임자인 강만수 장관처럼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강 장관과는 다르게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사실 강 장관은 그냥 초대 경제팀장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MB노믹스의 설계자'였다. 때문에 윤 후보자가 정책적 측면에서 강 장관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MB노믹스의 틀을 흔드는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시류에 밝은 백전노장이자, 더구나 현 정부에서 별 정치적 지분이 없는 윤 후보자가 그런 모험을 할 리는 없어 보인다.
바로 여기서 딜렘마가 발생한다. 강 장관과 다르게 하지 않는다면 결국 강 장관처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그럴 바엔 도대체 왜 바꿨나'라는 근원적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윤 후보자는 강 장관에겐 없는 강점이 꽤 있다. 덜 고집스럽고, 좀 더 융통성이 있으며, 경청의 자세나 친화력도 뛰어난 편이다. 부처간 협력이나 대(對)국회 관계는 지금보다 그만큼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컨텐츠 아닌 이런 성격과 스타일만의 차별성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또 지속해나갈 수는 없다. 당장은 위기 극복이다, 경제적 전시체제다 해서 별 얘기가 없겠지만, 결국은 '강 장관처럼'이냐 '강 장관과 달리'냐의 문제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거든 설득해 동의를 구하든가, 그렇게 하지 못하겠거든 정책을 바꾸든가. 둘 중의 하나만 확실히 한다면 결코 '신뢰 잃은 경제팀'이니 '식물 장관'이니 하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금주엔 '윤증현호'의 출범 외에도 굵직한 국내외 경제 일정들이 대기해 있다. 실물경제상황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용지표가 11일 발표되는데, 아마도 실업자는 더 늘고 취업자는 더 줄었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선 한차례의 금리인하가 단행된다. 0.25%포인트냐 0.5%포인트냐도 궁금하지만, 그 보다는 금리인하행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이성태 한은총재의 전망 코멘트가 더 주목된다.
나라밖에선 미국 상원에서 마련된 7,800억달러 경기부양법안의 통과여부가 핫 이슈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주 안에 상ㆍ하원 절차가 모두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든 야당이 그렇듯 공화당이 순순히 응할 지가 불분명하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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