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준청문회를 끝내고 공식 취임만 남겨뒀다. 지난달 19일 새 경제팀이 내정된 지 20일 만에 체제를 갖춘 셈이다. 경제사령탑의 장기 공백을 방치한 정권의 전략부재와 정치권의 소모전을 새삼 나무라고 싶지만, 벼랑으로 치닫는 작금의 경제상황은 그럴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시장의 기대와 주문을 충족시킬 만큼 새 경제팀의 운신 폭이 마냥 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만수 경제팀이 잃어버린 정책 신뢰를 되찾는 것만으로도 첫 단추는 잘 꿸 수 있다.
윤 후보자가 서면답변과 청문회를 통해 밝힌 큰 정책기조는 확장적 재정정책, 지속적 기업ㆍ금융 구조조정, 가속적 규제 완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시장의 역할에 좀더 방점을 찍은 것을 제외하면 전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그는 "올해 플러스 성장이 쉽지 않고 일자리 10만 개 창출 목표도 어렵다"며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뜻도 비쳤다. 그나마 향후 1~2년은 재정여력이 있으므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적자재정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청문회에서는 윤 후보자와 여야의원 사이에 금산분리 완화나 그의 도덕성 등의 구체적 쟁점을 놓고 많은 설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그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현안보다도 시장과의 불화, 정치권과의 반목에 내내 시달린 강만수 팀과는 확실하게 다를 것이라는 메시지다. 그러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으로 신뢰를 얻고, 부처간 공조를 일상화하는 리더십을 뿌리 내리며, 소통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대야 또는 대언론 관계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장 난 정부의 위기경보시스템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곤두박질치는 주요 경제 지표를 따라가면서 중계방송하는 경제 관리로는 절대로 선제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말로는 위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하면서 변화나 위기가 눈앞에 닥쳐야 대처하는 바람에, 금융이든 실물이든 정부의 말과 늘 거꾸로 가는 것이 다반사였던 것도 결국은 시스템의 잘못 때문이다. 사람이 제대로 서고 시스템이 뒷받침하면 결과는 따라온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