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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정치의 고비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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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정치의 고비용 구조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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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의 정초가 조용하기만 하다. 예년 이맘때 베이징은 폭죽이 하늘을 뒤덮는 바람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요란했지만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화약을 발명한 민족답게 중국인은 설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폭죽을 터뜨리며 악귀를 쫓고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데, 지금은 경제 불황 때문에 마음껏 폭죽을 터뜨릴 처지가 못 된다.

통제로 틀어막는 사회 불안

하지만 베이징의 정적이 꼭 불황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강하게 조여 오는 공권력의 통제 탓도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음란 인터넷 사이트 단속을 명분으로 올해 들어 1,500여 개 사이트를 없앴다. 그 과정에서 정치 관련 사이트도 함께 폐쇄했다. 티베트에서는 대대적인 검속을 벌여 80명가량을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계기로 지식인들이 공산당 독재 종식과 민주적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08헌장'을 작성한 뒤 광범위한 지지를 받자 지식인 감시도 강화했다. 공안은 20년 전의 전위 예술을 기리는 행사마저 불허했다.

치안 총수인 저우용캉(周永康)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사회 안정을 위한 공권력의 '성스러운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며 중국 지도부의 초조함을 드러냈다.

통제의 그늘이 짙어지는 것은 금년이 매우 특별한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달라이라마의 망명을 낳은 티베트 봉기(3월 10일) 50주년이자, 톈안먼(天安門) 사태(6월 4일) 20주년이며, 사회주의 중국 성립(10월 1일) 60주년이다. 이들 기념일을 전후해 여러 사건이 터지면 자칫 작은 불씨가 광야를 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황으로 실업자가 된 2,000만 명의 농민공, 바늘 구멍과 같은 취업 문을 뚫지 못한 수백만 명의 대졸 실업자 역시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 공식적인 중국 도시 지역 실업률은 4.2%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률이 9.4%에 달하며 연내에 11%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장담하는 8% 성장이 달성되지 않는다면 분위기는 더욱 칙칙해질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유기업과 대형 민간 기업에 감원 중지를 명령했다. 왕궈핑(王國平) 항저우(杭州)시 공산당 서기는 "기업인은 경제 주체인 개인이자 사회적 책임을 지닌 시민이어야 한다"며 기업의 정치 논리 수용을 압박했다. 기업에 지우는 이 같은 부담이 사회 안정을 위해 지불하는 총비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계의 기업들이 불황에 맞서 몸집을 줄이는 와중에 중국 기업만 과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고속 성장을 질주해온 중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보편적ㆍ민주적 가치 보장을

지금 베이징의 모습은, 중국보다 심각한 불황에 빠졌으면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워싱턴의 풍경과 대비된다. 결정적인 고비에서 국민의 힘을 결집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을 통제해야만 하는 게 중국의 현 주소이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 티베트 소요 사태의 혹독한 비용을 지불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편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언제까지 지불할지, 비용 절감을 위해 어떤 개혁을 할지 등에 대한 답안을 마련해야 중국은 비로소 일류 국가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이 적게 들 것 같은 일당 독재야말로 가장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정치 구조인 것 같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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