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 가장 멀리 있을 것 같은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엮어낸 전시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바삐 움직이는 복잡한 모니터 속의 카메라가 관람객의 모습을 찍어 전시장 안 스크린으로 보낸다.
조금 전 자신의 모습을 전시장 벽에 투영된 스크린에서 발견하는 순간 '2050 퓨처 스코프: 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 전이 시작된다.
이 전시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2050년이라는 미래를 주제로 공동 워크숍을 열고, 여기서 나온 과학적 아이디어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만들었다.
박영무(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박문호(한국전자통신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은수(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최양규(KAIST 전기전자공학 교수)씨 등 과학자 10명과 작가 13명이 참여해 지구환경, 뇌과학과 인공지능, 가상현실, 나노혁명 등을 주제로 한 조각과 설치, 영상 등 30여점을 내놓았다.
노진아씨의 설치작품 '미생물'은 매우 작은 먼지 속에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현미경 속 먼지의 모습을 나노 배율로 확대해보면 사람 머리 모양의 기괴한 생명체들이 꿈틀대고 있다.
인간의 존재 또한 먼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길현씨의 '나노가든'은 설탕이나 소금, 요소비료의 성분을 물감과 섞어 만든 액체를 캔버스에 뿌린 뒤 건조시켜 결정체들을 만들었다. 이 결정체들은 전시 기간 동안 밀림처럼 계속 확산된다.
이희명씨는 식물 속에서 자라난 눈동자, 사람 얼굴을 가진 유충 등 이종교배를 주제로 한 작업들을 선보였고, 남지씨는 기계적 이미지를 극대화한 변종 생물체의 모습 속에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장동수씨는 뇌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조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우선미씨는 "과학자와 예술가는 '세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같은 주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미래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대화의 장을 열고자 했다"고 말했다. 28일까지. (02) 736-4371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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