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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내 얘기를 들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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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내 얘기를 들어 볼래

입력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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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소와 고단한 삶의 아버지,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보이는 데도, 노년의 아버지는 그저 어린아이가 하듯이 머리를 만지시며 '머리아파, 머리아파'만 작게 되뇌신다. 그리곤 다시 꼴을 베고, 김을 매는 노인의 익숙한 동작만이 보인다.

최근 가장 핫한 영화중의 한편인 <워낭소리> 의 한 장면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큰 울림들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 그 작품 감상에 관한 것은 관객 여러분들이 직접 체험 해 보시라 강력 추천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한국 영화계가 어렵고 힘든 시기, 흥행 작품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희망의 모드로 바뀌어 버리는 이 현실에서, 이 작품 또한 흔한 표현으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의 영화다. 게다가 이 작품이 독립영화 진영에서 만들고 홍보하고 배급하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 받고 있는 듯하다. 바야흐로 문화 전반에 아웃사이더 혹은 언더그라운드 진영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시기가 왔다고 단언하고 싶다.

그건 대중음악 분야도 마찬가지인 듯한데, 요즈음 '홍대 진영'의 음악들이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고 본다. 이 두 매체의 부상에 관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지만, 다만 고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영화나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일찌감치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덧붙여 설명하자면, 어딘가에 나의 관객은 늘 존재 하는 것이지만, 그들에게 말 걸기는 '자 내 얘기 들어 볼래' 에서 시작 된다는 것이다.

대개 문화 창작자들은 늘 관객에게 '이런 걸 원하지'또는'이 정도만 해주면 만족하지'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특히나 영화나 음악이 그런 매너리즘의 유혹에 쉽게 빠져 든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영화처럼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상품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개입이 있다.

이미 관객이 얼마 들 것을 예상하고 그 작품의 예산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관객을 배려하는 것도,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다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영화 매체의 숙명 같지만, 산업이면서 예술일지도 모르는 그 줄타기를 비교적 잘 해온 한국영화가 오늘날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데는 어떤 부분도 독립을 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자성론이 있다.

대기업의 투자ㆍ 제작ㆍ 배급의 수직 계열화를 겪으면서도 어느 한 부분 독립하려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각각의 영화인들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독립 영화계와 상업 영화계 등으로 나누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요즈음 독립 영화인들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들은 한국 영화계가 잘 나가던 시절이나 못 나가는 때나 달라진 게 없다.'기껏해야 안 되기 밖에 더 하겠어'가 아마도 독립 영화인들의 모토인 듯싶다. 더 이상 안 될게 없으니 실험도, 기술의 비약도, 예산의 효율성도 모두 창의력으로 메워왔던 그간의 축적이 이제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로,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서서히 열리는 게 아닌가 싶다. 앞서 말했듯 한 작품 잘 됐다고 호들갑을 떨자는 게 아니다.

어떤 문화의 흐름이 결국 오랜 축적의 과정을 통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낮술> <똥파리> 등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속속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 내 얘기를 들어 보래'에 관객들이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진짜 문화의 본 모습이 아닐까.

이미연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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