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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게임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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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게임 중독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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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동현이의 엄마는 동현이가 게임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동현이와 할인점에서 장을 볼 때도 게임기 매장은 멀리 피해 다녔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담임교사에게 부탁해 아이들이 휴대용 게임기를 갖고 등교하지 못하게 했다. 게임이 아이의 성장에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동현이가 다른 아이가 갖고 노는 닌텐도(任天堂) 게임기를 한번 해보곤 푹 빠진 것이다. 동현이 엄마는 요즘 밥 먹기를 거부하며 닌텐도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는 동현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게임 때문에 속 끓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 열중하는 자녀를 보면 학교 성적은 둘째치고라도 건강이 나빠지고 인성(人性)마저 비뚤어질까 걱정이다. 게임에 몰두하던 아이들이 현실과 가상 공간을 혼동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부모들 가슴은 철렁 내려 앉는다. 가상 공간에서 상대를 선혈이 낭자하도록 때리고, 베고, 쏘는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은 폭력에 대한 내성을 키워 간다. 아이들은 욕구 조절 능력이 부족해 게임에 빠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하루라도 게임을 쉬면 금단 증세까지 보인다.

▦집에서 하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은 부모의 감시와 관리가 용이하다. 아이 공부방의 컴퓨터를 마루로 옮겨만 놓아도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닌텐도DS 같은 휴대용 게임기는 엄마의 부릅뜬 두 눈에서 자유롭다. 등교길 지하철이나 버스, 교실, 화장실, 심지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두 손으로 닌텐도DS를 잡고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 게임 내용들이 폭력적이진 않지만 게임을 할수록 제시 과제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게임기를 손에서 놓기 어렵다. 그런 재미와 중독성 때문에 국내에서 200만대 이상, 세계적으로 1억대가 팔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걸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수출 상품 개발을 독려하는 의미로 읽힌다. 게임기, 게임소프트웨어 등 게임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갉아 먹는 게임 중독이라는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다. 게임기 개발도 좋지만 그에 앞서 게임 중독 예방ㆍ치료 대책이 더 시급하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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