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여성들을 유인하는 곳으로 삼았던 수도권 외곽 버스정류장들의 방범 안전실태 점검결과, 조명이 매우 낮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도 거의 없어 심야시간 성폭행 및 여성ㆍ아동 납치 등 범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울 강남 도심인 압구정동 일대 정류장들은 가로등과 보행등 등의 조명이 밝고 주변 상가 등에서 상호감시 기능도 대체로 잘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돼 방범 안전의 지역적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경찰학회장)팀과 공동으로 5~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일대와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 일대, 군포시 군포보건소 일대 버스정류장 각 10곳씩, 모두 30곳의 버스정류장에 대해 15개 방범 항목을 점검한 결과, 군포보건소 주변 정류장 10곳 중 8곳이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주변에 상가나 주택가가 없어 인적이 드문 데다 범인이 숨을 만한 으슥한 곳이 많지만, 도로변 가로등은 듬성듬성 설치됐고 CCTV나 보행자 조명등은 거의 설치돼 있지 않았다. 군포시 부곡동 입구 정류장은 15개 평가항목 중 13개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돼 범죄에 우범지역과 다름 없었다.
반면 강남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주변 정류장 10곳은 모두 보통 이상이며 4곳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대부분의 정류장은 보행등과 가로등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고 주변 시야 확보도 잘 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 중앙공원 일대는 10곳 중 8곳이 보통 수준을 보였지만 샛별마을과 한솔초등학교 앞 2곳은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과 분당 지역 정류장이 ‘범죄 취약지’ 평가를 피하기는 했지만, 이들 정류장 역시 대부분 방범용 CCTV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고 위급상황 시 경찰 지구대와 연결되는 비상벨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 조사 방법
이번 조사는 정류장 방범용 CCTV와 비상벨 설치 여부, 주변 보행등과 안전바 설치 여부, 가로등 간격 및 주변 시야 확보 여부 등 15개 항목에 대해 항목별로 양호(+3점), 보통(0점), 미흡(-3점)으로 나눠 평점을 매긴 뒤 합산해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점에 따라 매우 양호(45~33점), 양호(33~15점), 보통(15~-15점), 취약(-15~-33점), 매우 취약(-33~-45점)의 5단계로 평가됐다.
그 결과 지역별 평균 점수는 군포가 -19.5, 분당은 -3.0, 강남은 +9.0점으로 격차를 보였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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