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의 2층짜리 다세대주택.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현관 문 앞까지 새어 나온다. 잠시 웃음소리가 그쳤나 싶더니, '우당탕퉁탕' 계단을 뛰어내리는 소리와 함께 학생 너댓명이 축구공을 들고 쏜살같이 인근 공터로 뛰어나간다.
한국암웨이와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가 부모의 학대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마련한 '쉼터'이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2층 주택이지만, 층마다 '좋은 이웃' '좋은 친구'라는 문패가 달려 있어 어린이들의 안식처임을 알 수 있다.
1층은 여학생, 2층은 남학생들의 쉼터이다. 정원은 남녀 각각 7명씩 총 14명이다. 지하층은 단체 강습이나 음악교육 등에 쓰인다. 갈수록 학대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남자 어린이 6명, 여자 어린이 11명이 쉼터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국암웨이의 지원으로 2003년 처음 문을 연 쉼터는 그간 부모의 학대를 받아온 900여명의 어린이들이 정신적, 신체적 치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수원 '쉼터'의 경우 4명의 사회복지사들이 2명씩 2교대(2일 근무, 2일 휴무)로 아이들을 돌보며 스케줄에 맞춰 짜놓은 자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부분 부모의 신체적 폭력과 장기간 방치,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어 대인기피 증세와 사회적 부적응이 우려되는 경우다. 때문에 쉼터의 자활 프로그램도 이런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하는 요리 만들기와 야외 나들이는 쉼터에 머무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자가 사회복지사들과 요리 만들기 이야기를 나누자, 계속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초등학생 민정(12ㆍ가명)이가 먼저 끼어 든다.
"선생님들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요. 저는 볶음밥을 잘 만드는데, 앞으로 커서 유명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민정이와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이, 밖에서 한참을 뛰어 놀았는지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남학생 한명이 들어왔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영호라는 친구인데요, 여기 남학생 중 최고참이에요." 수원 쉼터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암웨이 사회공헌부 김혜선 대리의 귀띔이다.
영호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사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치료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 거에요." 처음 보는 사람이 낯설었기 때문일까. 잠시 눈치를 보던 영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이내 조심스럽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새엄마의 학대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심했던 영호는 이웃의 도움으로 몇 년 전 쉼터에 왔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의 상처가 컸던 탓에 한동안 사람을 기피했지만, 계속된 자활 프로그램 덕분에 이젠 새 친구도 사귀고 쉼터에 있는 동생들도 잘 돌볼 정도로 의젓해졌다고 한다.
이 때 어디에선가 드럼 소리가 울렸다. 최은주 사회복지사는 "민정이가 치는 드럼"이라고 했다. 드럼 소리가 나는 지하실로 내려갔더니, 무대 위에 키보드와 전자기타, 드럼을 갖춘 밴드가 근사하다. 자원봉사자와 쉼터 어린이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리듬을 탔는지 민정이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드럼 삼매경에 빠져 있다. 최 복지사는 "민정이는 요리도 잘하지만 드럼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다"며 "쉼터에서 배운 드럼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암웨이의 재정적 지원과 관할 수원시의 지원금 등으로 쉼터를 꾸려가고 있지만, 갈수록 피해 아동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쉼터 운영이 녹록치 만은 않다.
한국암웨이 김혜선 대리는 "수원시가 매달 1개층 당 26만원씩 총 52만원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현재 17명의 학대 아동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데는 태부족"이라며 "보다 많은 기업들이 학대 아동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줬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양윤모 교육홍보팀 간사는 "보통 피해 아동 한명을 치료해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데 걸리는 기간이 적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혹은 그 이상 장기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많다"며 "늘어나는 피해 아동을 수용할 수 있는 지원시설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 쉼터 지원을 총괄하는 굿네이버스 경기남부지부의 홍창표 상담치료팀장은 "제한된 시설과 지원 인력 탓에 학대 아동들을 모두 받지 못하고 돌려보내야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면서 "하지만 쉼터에 처음 들어올 때 받았던 상처가 점차 아물어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원: 농협 127-01-133120(굿네이버스 경기남부지부)
■ 암웨이, NGO와 손잡고 사회공헌 활동
한국암웨이는 2003년 '한국암웨이 아동센터' 설립 이후 비영리기구(NGO)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엔 사내에 '사회공헌부'라는 전담부서를 두고 사회공헌 활동이 보다 기술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암웨이의 사회공헌은 소외 받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복지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학대 받은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 지원 프로그램. 한국암웨이는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NCPA)과 함께 가정 폭력으로 학대 받고 있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며 육체적ㆍ정신적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쉼터'를 전국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관협회와 함께 2001년부터 시작한 결식아동보호 프로그램은 매년 서울시내 25개 복지관을 통해 결식아동에게 건강ㆍ교육ㆍ문화체험을 지원한다.
2002년 4월부터는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지에서 소외 아동 200여명을 대상으로 '뉴트리키즈 축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주1회 축구지도와 함께 소외 아동들의 심리적 안정과 신체 건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을 병행한다.
한국암웨이는 2002년부터 농촌이나 산간지역 등 각종 놀이 공간과 문화체험 시설이 부족한 오지 초등학교에 놀이터를 지어주는 '사랑의 놀이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02년 경남ㆍ울산과 전북, 2004년 강원, 2005년 충청, 2008년 경기지역에 이르기까지 총 13개의 '사랑의 놀이터'가 지어졌다.
어린이재단과 함께 '행복사과나무'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매달 1명의 어린이에게 완치 가능한 수술 및 질병치료, 교육비를 지원해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양질의 알찬 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작년까지 5차례에 걸쳐 유럽과 호주 등 복지 선진국을 방문, 전문성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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