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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철타고 가는 운길산 수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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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철타고 가는 운길산 수종사

입력
2009.02.0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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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고 방송이고 죄다 어렵단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도 밝지 못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고민만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을 터. 잠시 마음을 비우는 여행길을 떠나보자.

아끼고 또 아껴야 하는 시기에 웬 여행이냐 하겠지만, 여행이라고 꼭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저렴하게 떠나 풍성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안내한다. 가까운 경기 남양주의 운길산 수종사다. 두물머리의 풍경이 아름다운 정갈한 사찰이다.

최근 수종사로 가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다. 전철이다. 용산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이 팔당역 운길산역을 지나 국수역까지 개통됐다. 서울에서 1시간도 채 안돼 전철이 당도한다. 좀더 가깝고 쉽게 수종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 생긴 운길산역은 옛 능내역 자리를 옮기며 새롭게 문을 연 역사다.

새 건물의 깨끗한 역사에서 나와 진중리 마을로 향한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 입구에서 운길산(해발 610m) 중턱(400m)에 있는 수종사까지는 2km 남짓. 절로 오르는 산길은 시멘트로 얼추 반포장됐지만 좁고 가파르다. 차를 가져오면 곤욕을 치를 만한 경사다. 옆을 스치고 올라가는 차들이 있지만 부럽지 않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안절부절못할까. 아마도 내려올 길 걱정에 진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산사로 오르는 길은 몸은 조금 고생이지만 마음이 편한 길이다. 오를수록 강이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다. 걷다 지쳐 뒤돌아보면 시원하게 강이 열린다. 또 한 굽이 돌아 오르면 더 큰 강이 시야에 가득 펼쳐진다.

조선 세조가 금강산 유람을 다녀오는 길 양수리에서 묵다가 한밤중 난데없는 종소리에 잠을 깼다고 한다. 부근을 조사해 보니 바위 굴에 18나한이 있었고 굴 속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이곳에 절을 짓게 했다 한다. 수종사의 유래다.

절에는 보물로 지정된 부도내유물(浮屠內遺物)과 오층석탑이 있다. 또 수종사 옆 마당에는 세조가 수종사 창건 기념으로 심었다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이 500년을 훌쩍 넘고 나무 둘레만 7m다.

수종사에서 으뜸가는 보물은 경관이다. 수종사는 국내 최고의 한강 전망대다. 이곳에서 내려다 본 한강은 장쾌하고 아름답다. 강 너머 산들이 첩첩이 겹쳐 둘렀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수종사 앞 두물머리에 물을 섞고 팔당댐에 가로막혀 거대한 호수로 절경을 빚어낸다. 과연 조선의 문호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최고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격찬할 만하다.

산세를 크게 해치지 않고 들어선 사찰의 마당 한쪽에는 차를 얻어 마실 수 있는 삼정헌(三鼎軒)이 있다. 두물머리의 풍경을 가득 통유리에 담고 차를 음미하는 곳이다. 찻값은 받지 않는다. 고마움이 넘친다면 시주함에 성의를 표하면 된다.

운길산역과 함께 문을 연 양평군의 양수, 국수역은 각각 부용산(366m), 청계산(658m)과 바로 이어진다.

맑은 날 청계산에 오르면 가깝게는 동두천, 멀게는 강원 철원 지역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부용산은 그보다 낮지만 아기자기한 코스 덕분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다.

양수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세미원이 있다. 여름이면 수면 가득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세미원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느티나무 그늘 짙게 드리운 두물머리가 나온다.

운길산역을 가는 중앙선(팔당선)은 용산에서 청량리, 회기를 거쳐 국수역까지 들어간다. 청량리역은 지하역이 아니라 지상역에서 타야 한다. 덕소까지는 전철이 자주 있지만 덕소를 지나 국수역까지 가는 열차는 1시간에 2대 정도다.

남양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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