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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구조조정/ 응급처치론 위기 진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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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구조조정/ 응급처치론 위기 진화 역부족…

입력
2009.02.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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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구조조정에 대기업, 중소기업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때문에 중소 건설ㆍ중소조선사에 이어 정부가 대기업까지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위기로 예상보다 빠르게 전이되면서, 현재 경제상황악화가 중소기업이나 일부 건설사에 국한된 것이 아닌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부의 실물경기 대책은 중소기업과 건설ㆍ중소조선사에 국한됐다. 대기업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만큼 이들만 살리면 위기 탈출이 가능하다고 예상한 것. 하지만 경기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상대적으로 견실했던 대기업까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며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실제 올초 한화증권이 내놓은 반기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30대 그룹(160개 상장사)가운데 20개 그룹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전년 동기보다 악화됐다. 실물 경기 악화가 본격화된 지난 하반기 실적을 포함할 경우 30대 그룹이 가진 현금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주채권 은행과 협약을 통해 자구노력 등 유동성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불신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선 오래 전부터 M&A로 몸집을 키워온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랙리스트'가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대기업 모니터링' 방침을 밝히면서, 특정 대기업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주도로 산업재편 확대 가능성

정부가 대기업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입 강도 높이겠다는 메시지다. 채권단 주도로 진행된 건설사와 중소조선사 구조조정이 시장의 신뢰를 주지 못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미 지난 4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문제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제기될 경우 정부 주도방식으로 바꿀 것을 검토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을 벗어나 산업전반의 재편으로 확대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을 손 댈 경우 계열사 매각과 지분 정리로 산업질서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의 한 임원도 "금융당국이 불시에 대기업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산업재편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재무적 지표에만 의존한 기존 구조조정에서 거시적관점의 산업간 구조조정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반발로 구조조정 현실화는 미지수

하지만 만약 정부가 대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더라도 과정이 쉽지 않다. 대상 대기업들이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외환위기 당시 강제 구조조정(빅딜)의 아픔을 경험한 대기업으로서는 두 번 다시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버틸 수 있다.

A그룹 관계자는 "다들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을 구조조정 할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시장의 불안만 키울 수 있고 멀쩡한 기업을 망가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대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경제 불안을 증폭시켜 경기 침체를 자초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 얘기는 섣부른 예측이다"며 "유동성 점검을 통해 자금 문제가 있는 대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지 일부 대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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