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Crime Scene Investigation)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다. 법의학자와 수사관들이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을 피 한 방울, 머리카락 한 점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CSI가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우리나라 과학수사도 수준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게 사실이다.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범, 화성 백골 여성 살인범 검거는 경찰 과학수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경찰은 광범위하고도 집요한 추적 수사로 두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연쇄살인범의 점퍼에서 발견한 혈흔에서 DNA를 추출하고, 피해자 유골을 정밀 감식해 광대뼈 축소 성형수술 자국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수사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의 과학수사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2006년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 때 유전자 감식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 또 2004년 서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때는 물에서 부패한 시신의 지문을 고온처리법으로 채취, 한국인 피해자 20명의 신원을 가장 빨리 확인해 외국 수사팀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과학수사 능력을 배가할 인적ㆍ물적 지원은 너무 부족하다.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산실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경우 법의관 정원은 23명이지만 현재 17명만 근무하고 있다. 1인당 연간 300여건의 부검을 맡을 만큼 과중한 업무와 낮은 처우 때문에 이직자가 잇따른 결과다.
유전자 분석 부서 역시 업무 폭증, 예산 및 인원 부족, 낙후된 시설 때문에 자칫 증거물이 오염될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선 경찰서에 배치된 현장감식요원은 2002년 617명에서 지난해 925명으로 늘어났지만 폭증하는 사건 수요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모자란다.
갈수록 지능화하고 대범해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과학수사 역량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를 통해 범죄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무고한 희생자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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