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은 앞서 끝난 중소 건설ㆍ조선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건설ㆍ중소조선사는 채권단이 공동으로 기준안을 마련해 A~D등급을 나누고, 워크아웃대상(C등급)과 퇴출대상(D등급)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대기업은 이렇게 할 수 없다. 특히 퇴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단 대기업 구조조정도 형식상 채권은행 주도로 이뤄진다.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각본'은 어디까지나 금융당국이 직접 쓸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시중은행들이 10일까지 대기업 유동성 현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를 하면, 금감원은 자료를 검토해 권고안을 만들고 다시 이를 시중은행에 내려보내게 된다. 당국의 의중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통해 내려보낼 '경영개선 권고안'의 수준과 내용이다.
일단 대상 대기업이 현금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라고 판단되면 재무구조 개선안 제출과 이행으로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크다. 주채권은행이 자체적으로 지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협약을 맺고 보유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해 왔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산 매각이 어려울 경우에는 핵심 계열사를 내놓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강도높은 자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시중은행 대기업여신 담당의 한 임원은 "재무개선안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채권은행 혼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채권단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며 "해당 기업과 상당한 수준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만약 채권단간 이견으로 지원여부가 불투명할 경우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대기업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가 잘못돼 맞이한 '구조적 위기'일 경우다. 이 경우는 금융당국이 주채권 은행에 권고안을 내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대기업의 퇴출과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실자산을 인수해주고, 사업포트포리오를 재편하도록하는 방안까지 나와야 한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시장에선 "A그룹은 핵심B계열사를 팔아야 할 것" "C그룹은 계열사수가 너무 많아 적자 내는 군소계열사를 대거 정리해야 할 것"이란 식의 구체적 소문까지 돌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대기업도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일부라도 구조조정을 하는 '성의'는 보여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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