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은 길의 고장이다. 영남의 길목인 문경엔 하늘재말고도 관심을 둘 만한 길이 여럿 있다.
하늘재가 신라 때 열려 고려 때까지 주요 교통축을 담당했다면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대동맥 역할을 한 고갯길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문경새재 옆으로 신작로 이화령길이 열렸고, 꼬불꼬불한 그 길을 펴기 위해 다시 이화령터널이 뚫렸다. 지금은 시속 110km를 허락한 중앙내륙고속도로가 그 곁을 스치고 지난다.
조선 태종 때 뚫린 새재는 500년 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제1의 대로였다. 당시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추풍령과 새재, 죽령 등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 중 가장 빠른 길이 새재 길이었다. 특히 과거시험 보러 가는 선비들은 유독 새재만 고집했다. 추풍령으로 가면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으로 넘으면 대나무처럼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껏 남은 새재의 정갈한 흙길은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편안히 걷는 길이다. 새재에는 고갯길의 입구 주흘관을 비롯해 중턱의 조곡관, 고갯마루의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이 버티고 서 있다. 임진왜란 때 순식간에 서울까지 빼앗기자 그 뒤 부랴부랴 쌓은 성곽이다.
첫 관문 주흘관에서 새재 여행은 시작된다. 장대한 성문을 지나면 KBS 드라마 세트장이다. 한때 문경시에 최대 관광 소득을 선물했던 곳이다.
고갯길이라지만 경사가 낮아 힘들지 않다. 2관문까지는 객사였던 조령원과 영남감사 이취임식이 열리던 교구정 등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2관문을 지나 3관문까지는 분위기가 한층 고즈넉하다. 숲은 깊어지고 인적은 뜸해진다. ‘문경새재 아리랑비’를 지나 한참을 오르면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바위가 있다. 주변은 온통 소원을 적은 소원지들로 마치 서낭당 같은 모습이다.
문경의 옛길 여행 중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영남대로 옛길 코스인 토천(兎遷)이다. 진남역 인근에 영강의 물줄기를 가로막고 선 깎아지른 벼랑이 있다. 그 벼랑을 타고 오르내리는 좁디 좁은 길이 있다. 예전 부산 동래와 한양을 잇던 중심길인 영남대로 중 옛 모습이 보존된 길이다. 이 벼랑길은 고려 태조 왕건이 찾았다고 한다. 남으로 진격할 때 이 벼랑에서 길이 끊어졌는데 토끼가 벼랑을 내려가는 것을 따라가서 길을 열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토천이다. 문경새재 관리사무소 (054)550-6421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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