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고경영자(CEO) 켄 루이스는 지난해 보수로 약 2,000만달러(약 260억원)를 챙겼지만 올해에는 400분의 1에 불과한 50만달러(약 6억 5,000만원)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 CEO의 보수를 대폭 제한하는 법안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비롯해 미국의 공적자금을 받는 기업 경영진의 연봉을 50만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CEO가 퇴직할 때 거액의 퇴직금이나 주식매입권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황금 낙하산' 혜택도 금액이 대폭 축소되고 해당 기업이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나서야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 CEO의 비행기 이용이나 사무실 개보수에 관련한 지출도 엄격한 심사를 받도록 했다.
WSJ는 "이 조치가 향후 공적자금을 받는 기업에게 적용되지만 이미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의 CEO 보수에 대해서도 정부의 엄격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직ㆍ간접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에 이번 조치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체적인 대상 기업으로 AIG, 씨티그룹, BoA 등을 거론했다.
월가 CEO의 보수 제한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번 조치는 공정하며 상식에 부합한다"며 "부유하지 않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월가 실패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시기에 일부 월가 임원이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월가 CEO의 높은 보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실적에 근거해 보수를 차별화하지 않고 우리를 한 묶음으로 매도하는 것을 부당하다"며 "나는 미국 대통령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오명을 씌워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다이먼은 2007년 이 회사에서 2,780만달러(약 38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나은 일부 금융 회사는 공적자금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TARP 지원에 규제가 따른다면 우리는 우리는 이른 시일 내에 정부 지원금을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FT는 "월가 CEO가 회사의 천문학적 손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만달러의 연봉과 전용기, 최고급 호텔 숙박 등을 챙겨 질타를 받아왔다"며 "이 조치가 월가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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