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는 긴급구호 상담 전화인 ‘보건복지 콜센터 129’의 일일상담원으로 변신, 직접 생활이 어려운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는 등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현장 점검의 일환으로 이날 경기 안양의 보건복지 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회의를 주재한 뒤 바로 콜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첫 상담은 최근 어머니가 실직해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보낸 초등학생 김모양과의 전화통화였다.
이 대통령은 “편지를 받고 전화했다. 어떻게 대통령에게 편지를 쓸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김양은 “어머니가 많이 울고 기도를 하시는데 너무 슬퍼보여서 그렇게 했다”면서 “저도 꿈이 대통령이라서…많이 존경스럽고 (부탁을) 들어주실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김양의 어머니와도 통화하면서 “똑똑한 따님을 두셨다. 생활지원도 하고 조만간 일자리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최근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하고 택시운전을 하는 전남 목포의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민원인은 뜻하지 않은 이 대통령의 전화에 깜짝 놀라면서도 이내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오늘이 월급날인데 보험료 떼고 조합료 떼고 32만원을 받는다”고 한숨을 쉬면서 “없는 사람들은 한 달이라도 도와주면 추울 때 도움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생계가) 급한 분들에게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한다”면서 “목포시청에 연락해 일거리에 대한 상담을 하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신빈곤층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면서 “한 가정에 헌 봉고차가 한 대 있어서 그것 때문에 기초수급대상자나 모자보호법 대상도 안 된다는데, 봉고차가 10년 이상 지나야 해당된다는 것은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콜센터 상담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긴급예산을 통해서라도 빈곤층이 금년 1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1년 정도 지나면 경기가 올라가겠지만 내년에도 (신빈곤층에 대한) 긴급구호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어려운 것도 길어야 1~2년이다”면서 “상담원 여러분들이 말을 잘하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만큼 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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