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산업 활동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을 멈추고 반등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낙폭 과대와 재고 조정에 따른 일시적 반등의 성격이 강해 성급한 판단은 무리라는 반론이 우세하다.
원자재 가격의 반등세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역시 유가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기준 두바이유는 지난해말 배럴당 36.45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로 반전, 3일(현지시간) 42.74달러까지 올라섰다.
한달여만에 17%나 상승한 것.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한 때 원유보다 더 낮게 거래됐던 국제 휘발유 가격도 다시 50달러대로 오르면서 정상을 되 찾았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지난해말 톤당 300달러대였던 것이 최근에는 400달러선을 돌파했다. 합성수지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지난해 11월 저점인 650달러에서 꾸준히 상승, 이달 들어서는 85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광물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톤당 1만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던 니켈가격(런던금속거래소 현물가격 기준 평균값)은 최근에는 1만1,000달러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기동 가격도 3,000달러대에서 3,200달러대로 반등했다. 유연탄(뉴캐슬산 기준) 가격은 톤당 78.53달러까지 추락했다가 최근에는 82달러 안팎까지 회복했다.
이처럼 경기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 반전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유가와 석탄, 철강, 동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고점 대비 무려 3분의1 수준으로 내려 앉은 상태"라며 "가격이 더 이상 빠지기 힘든 상태이고, 하방 경직성도 확보된 만큼 앞으로는 오르는 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2개월전 유가가 먼저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유가의 향방은 앞으로의 경기를 미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상승세가 언제인 지 알긴 힘들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이며 투기 세력들도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란 신중론도 만만찮다. 최근 유가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감산의 덕이다. 실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결의한 이후 1월 OPEC의 생산량은 전월 대비 3.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1월 평균 일 생산량은 전월대비 38만배럴이나 감소한 802만배럴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가 살아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줄여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유화 원료 가격이 대부분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그 동안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일부 가수요가 생긴 영향"이라며 "워낙 많이 빠진 데 대한 기술적 반등일 뿐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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