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주(12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난도 금리방정식'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단 인하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인하폭에 대해선 0.25%포인트와 0.5%포인트냐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0.25%포인트와 0.5%포인트는 단순한 수치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금리판단이 어려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금통위원 7명의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유는 금리결정 때 감안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 불과 몇 달 전 1%포인트, 0.75%포인트씩 파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때보다 상황은 훨씬 더 절박해 졌다.
좁아지는 운신폭
무엇보다 인하카드가 몇 장 손에 남지 않았다. 현재 2.5%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도 제로금리까지 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말 갈 데까지 간 상황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선진국과 금리차이가 없어질 경우, 환율 급등이나 외국인 투자금의 엑소더스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경우 한은 스스로 외환위기를 자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함정
유동성 함정에 빠질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0월 이후 2.75%포인트 대폭 인하로 시중에 풀린 돈은 현재 실물분야에 가지 못하고 500조원 가량의 부동자금 형태로 떠돌고 있다. 기업 부도 위험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낮은 단계의 유동성 함정이라 진단하기도 한다.
한은 측은 "지금은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흐름 경색이지 경제 주체들이 더 이상 금리 변동에 반응하지 않는 전형적 유동성 함정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유동성 함정 수준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통위원들이 저마다 유동성 함정 수준을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이번에 제시하는 인하폭 의견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투명한 전망
국내외 기관마다 의견이 다른 경기 저점 시기에 대한 판단도 골치다. 경기흐름이 V자냐 U자냐 L자냐에 따라 금리선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심 올 1분기 저점을 목표로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 1분기가 바닥일 경우, 금리인하 추세는 2분기 정도에서 멈출 수 있고 이 경우 이번 달에 금리를 내릴 여지는 그만큼 커지지만, 저점을 내년 이후로 본다면 인하 카드는 최대한 아껴야 할 상황이 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여론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최악' '최저'란 표현이 난무하는데 금통위라고 금리를 동결하기는 어렵다. 설이 끼어 영업일수가 줄면서 수출 등 각종 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난 1월에 비해 2월 수치는 기술적으로도 다소 호전될 수 있지만 2월 통계는 3월초 금통위 전까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결국 3월에도 동결은 쉽지 않다고 보면 이 달 큰 폭의 인하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금통위 분위기는 정말 오리무중"이라며 "어떤 결정이 나오든 그 안에는 숱한 '함의'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하폭에 대해 시장기대는 0.5%포인트쪽으로, 그러나 한은 실무선 분위기는 0.25%포인트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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