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외교정책이 '스마트 파워'를 앞세운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이란 문제와 관련해 문화 교류를 추진하며 국제사회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이란에 파견할 특사 임명을 미루는 등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의 관계개선 차원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이 달 초 이란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3일 전했다. 배드민턴팀 파견은 오바마 정부에서 실행된 이란과의 첫번째 체육 교류 행사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외교정책을 새롭게 구상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배드민턴팀 파견은 스마트 외교를 강조한 미 국무부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달 인사청문회에서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 파워'에서 벗어나 외교와 문화 등 '소프트 파워'를 가미한 '스마트 파워'를 오바마 정부의 새 대외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선수 8명과 감독, 코치들로 구성된 미 여자 배드민턴팀이 이란 배드민턴연맹의 초청을 받아 3일부터 9일까지 테헤란을 방문해 6일 개막하는 이란 국제배드민턴대회에 참가한다. 미 관리들은 올해 7월에는 이란 배드민턴팀에 미국 방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화된 문화ㆍ체육 교류와 달리, 특사 파견은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6월 이란 대선이 예정돼 있는 관계로 미뤄지고 있다. 이란 담당 특사로 내정된 데니스 로스의 임명이 늦어지는 배경에도 이란 문제에 관한 새 정부의 최종 방침이 정해진 뒤에 발표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분석했다.
실제로 미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책임질 중동특사에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일찌감치 임명하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특사에는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를 낙점했지만, 이슬람 정책의 또 다른 큰 축인 이란 특사 임명은 하지 않고 있다.
현 단계에서 이란과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6월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인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위상을 강화해 줄 것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현재 이란과의 협상 계획은 없다"고 최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6월 이란 대선까지는 문화와 체육 교류를 관계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다 대선 이후 데니스 로스를 특사로 임명해 본격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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