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드디어 멈췄다. 장기간의 수요 부진에 허덕이던 업계에선 벌써부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CD와 반도체 가격이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소폭 상승했거나 동결됐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3달러까지 떨어진 17인치 컴퓨터 모니터용 LCD 가격이 1월 53달러로 올랐고, 19인치 모니터용 LCD 가격도 같은 기간 56달러에서 57달러로 상승했다. 20인치와 22인치 대형 모니터용 LCD 가격도 지난해 12월부터 각각 71달러와 83달러를 유지한 채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레 LCD 가격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CD 수요와 가격이 지난해 말 바닥을 쳤고 올해 1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하락세가 멈춘 가장 큰 요인은 감산이다. 지난해 LCD 가격이 하락하자 하반기 들어 대만업체를 비롯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일제히 감산에 들어갔다. 특히 대만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의 판매 가격이 원가 이하여서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결국 감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지난해 말 기점으로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LCD 가격이 올해 1분기부터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17인치와 19인치 가격이 꾸준히 올라 연말에 각각 75달러와 78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60달러로 하락을 멈춘 14.1인치 노트북 LCD와 1달러 가량 올라 71달러인 15.4인치 노트북 LCD도 연말에 각각 77달러, 87달러까지 오를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감산을 통해 상당 부분 공급량을 조절했기 때문에 앞으로 돈 더 주고 LCD 패널을 사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TV용 LCD는 가격 회복 속도가 더딜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40인치 초고화질(풀HD) TV용 패널이 1월 322달러에서 6월 316달러까지 떨어지고 7월부터 317달러로 반등해 연말 323달러에 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42인치 풀HD TV용 LCD도 1월 335달러에서 6월 326달러로 떨어지고 7월부터 327달러로 올라 연말 334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TV는 모니터보다 비싸고 유통업계 경기와도 연관이 있어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1달러대까지 하락했던 16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12월 2.31달러로 급등해 지난달 2.46달러에 거래됐다. 1Gb D램은 0.58달러까지 하락한 가격이 지난해 12월 0.66달러로 반전, 최근 1.13달러로 1달러 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 및 대만업체들의 감산과 최근 독일 D램 생산업체 키몬다의 파산 등이 공급 감소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지난해 세계 반도체 판매액은 2001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판매액은 2,486억달러로 전년 2,556억달러보다 2.8% 줄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본격적인 상승을 예상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감산을 많이 하면 수요가 침체돼도 가격이 오른다”며 “본격적인 수요가 동반돼야 가격 상승세를 말할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돼 휴대폰 및 컴퓨터(PC) 교체 등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야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비정상적으로 오래갔기 때문에 올해는 회복세를 기대한다”며 “일단 4, 5월은 지나야 올해 가격 동향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