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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진짜 예능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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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진짜 예능인을 보고 싶다

입력
2009.02.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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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예능인(藝能人)들이 넘쳐난다. 누구를 말하는지 보니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쉼 없이 나누는 사람들이다. 원래 예능인은 일반인과 뚜렷이 구별되는 예술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수련을 거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위로해서 생업이 없이도 공연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과거의 남사당이나 판소리 명창 등이 그런 사람들이고 현대에 와서는 가수나 배우, 코미디언들이 이 본원적 의미의 예능인들이다.

넘치는 '예능인ㆍ예능 프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TV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들을 예능인으로 부른다. 실상 그들은 음악이나 연기, 혹은 코미디, 심지어 스포츠까지 자신의 전문 예능 분야를 떠나온 반(反 )예능인들인데 말이다. 이들을 예능인으로 부르는 이유는 주로 예능 프로에서 활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TV에서 예능 프로란 주로 음악 프로그램과 코미디였다. <명랑운동회> 같은 연예인 중심의 순수 게임 프로그램도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버라이어티 쇼가 예능의 중심이 되다가 지금은 다중 토크 중심의 쇼가 대세이다.

음반 산업의 몰락은 TV의 가요 프로도 동반 몰락시켰다. 출연할 프로를 잃은 가수들은 예능 프로에서라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대중에게 확인시켜야 했다. 정통 코미디의 몰락 역시 개그맨들의 예능 프로 진출을 촉진시켰다. 어떤 개그맨들에게는 정해진 서사의 틀 안에서 한 가지 역할로만 기능해야 하는 정통 코미디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예능 프로가 더 편했고, 얻는 것도 많았다.

최근 영화계의 불황은 영화배우들까지 예능 프로로 끌어들이고 있다. 바야흐로 예능 프로는 연예 산업의 모든 재능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자, 그것들을 뒤섞어 잡다하지만 유쾌한 오락 상품을 만들어내는 용광로가 되고 있다.

문제라면 이런 프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의 난립은 대중문화 전체를 기이한 비전문화 현상으로 물들이고 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의 전문성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무엇으로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수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개그맨들의 꿈은 위대한 개그맨이 아니라 방송 엠씨이다. 배우들도 힘든 연기보다 대중의 관심과 보상의 순환이 훨씬 빠른 예능 프로로 오고 있다. 예능인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가 생겨나고, 아예 예능인을 꿈꾸는 청소년들도 있다. 장차 대중문화를 꽃피울 다양한 재능들도 예능의 홍수 속에서 사라진다.

이런 가운데 예능 프로 안에서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사생활은 이미 웃음의 소재가 된지 오래다. 무지와 주책이 캐릭터가 되더니 급기야 막말도 캐릭터가 됐다. 아줌마들의 억척도 아저씨들의 좌절도 빠르게 예능화하고 있다. 최근의 '욕 방송'도 따지고 보면 이런 흐름에서 나온 방송 사고인 셈이다.

다양한 시청자 취향 반영을

시청자들은 좋으나 싫으나 예능 프로들을 봐야 한다. 주말 저녁의 황금시간대는 이미 예능프로 일색이다. TV를 끄지 않는 바에야 좋으나 싫으나 예능인들의 게임과 잠자리 투쟁을 봐야 하는 것이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있어 인생이 즐거운 사람도 있지만, 조용필과 서태지가 있어 조금 더 행복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건 전파가 한 사회의 공공재산이라면 시청자의 취향이 좀 더 골고루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예능인들을 TV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

인하대 교수·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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