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여러 차례 집요하게 했던 정황이 공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노씨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노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 전 회장에게 "노씨가 2005년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낼 테니 같은 까마귀(경상도에서 동향 사람을 일컫는 말)니까 잘 좀 봐달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전 회장은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고향에서) 같은 까마귀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는 한다"고 답했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중반께 노형(노씨)이 사람을 한 번 만나달라며 전화했고 얼마 뒤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이 찾아와 인사를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생각에 바쁜 척 하며 바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이후 노형(노씨)이 다시 전화를 해 '왜 얘기를 안 들어주나, 다시 찾아갈 테니 얘기를 잘 들어달라'고 했고 김형진씨와 홍기옥씨가 다시 와서 '농협의 증권사 실사에 저희도 참여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노씨가 직접 서울로 찾아와 세종증권 건을 문의한 사실에 대해 정 전 회장은 "노형과는 손아픈 사이(섭섭하게 할 수 없는 사이)라, 안 된다고 바로 자르지는 못했으나 '실무팀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답해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기에 대해서는 노씨와 정 전 회장의 진술이 엇갈렸다. 검사 신문에 따르면 노씨는 "동생(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휴가를 왔을 때 외도로 가는 배 안에서 정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70년대 경남 삼랑진에서 농협 조합장을 지낼 때부터 강 건너 김해에 사는 노씨를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노형이 평소 사람이 좋아 이런저런 부탁을 다 들어줬는데, 이번에도 다른 사람 꼬임에 빠져 쓸데없는 부탁을 받았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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