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와 미국 국익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3일 미국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6자회담부터 지속적인 평화까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면서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궁국적으로는 6자회담의 범위 안에서 북미 관계정상화 등을 논의해 동북아의 지속적 평화를 수립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4년간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로 활동하면서 끈기있는 협상론자라는 평가를 받은 힐 차관보는 기자 간담회나 회견을 통해 언론과 대면한 적은 있지만 공개 강연은 거의 한 적이 없다.
힐 차관보는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서 이라크 주재 신임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고 보도됐다. 따라서 이날 강연은 북핵 문제에 대한 그의 고별 강연이라고 할 수 있다.
힐 차관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에 대해 "새 정부가 6자회담을 지속시키고, 동북아에서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지금 당장 플루토늄을 포기하느냐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불능화에 완전히 도달하느냐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0㎏의 플루토늄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치를 구체적 대가로 한반도 평화 협정의 무산,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자금 지원 중단 등을 꼽았다.
대화 상대로서의 북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힐 차관보는 "북한은 완벽한 모멘텀 킬러"라며 "매번 뭔가 이뤄지고 다음으로 나가려고 하면 그들은 타임아웃을 선언한다"며 "이는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으로, 농구선수가 점프 슛을 하려는데 코치가 타임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북한은 다음 단계로 빠르게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에 인내가 필요하다"며 "나는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힐 차관보는 "나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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