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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서원식…4명의 수사 예식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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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서원식…4명의 수사 예식 거행

입력
2009.02.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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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은 무엇을 청합니까?"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하여 종신(終身) 서원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형제들은 앞으로 하느님만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되어 있습니다." 아기 예수 탄생 40일 만에 봉헌 예식이 거행된 것을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인 2일 오후 서울 용산 새남터성당. 1,000여명의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대교구 수도회 담당 황인국 몬시뇰과 종신서원을 하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사들간의 문답이 진행되고 있었다.

종신서원은 수사나 수녀 등 수도자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유기(有期)서원기를 거쳐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할 것을 약속하는 예식. 유기서원 때까지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으나 종신서원을 하게 되면 세속생활을 완전히 포기하게 된다. 이날 서원을 한 한진욱(30ㆍ대건안드레아) 김동욱(28ㆍ다니엘) 이동철(29ㆍ베드로) 류재형(33ㆍ야고보) 등 4명의 수사도 수도회에 입회한 후 7~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종신서원을 하게 됐다.

이들이 속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1953년 창설된 국내 최초의 자생 남자수도회다. 방유룡(1900~1986) 신부가 조선시대 순교자들의 정신에 따라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했다. 수도회 이름에 들어있는 '복자(福者)'는 죽은 이의 덕행을 기려 부르는 존칭. 새남터성당은 바로 첫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현장이다. 토종 수도회인 만큼 이 수도회의 영성도 한국적이다. 자신을 비워 허무의 경지에까지 내려가는 겸손을 통해 예수와 하나되는 '면형무아(麵形無我)'를 목표로 한다. '면형'은 천주교 신자들이 미사 때 받아 모시는 성체를 말한다.

"형제들은 예수께서 모범을 보여주신 완전한 정결과 순명과 가난의 생활을 영구히 사랑하고 실천하기를 원합니까?"

"원합니다."

문답에 이어 성인 호칭 기도 순서에서 이들은 자신을 온전히 드린다는 뜻으로 머리까지 검은색 수도복으로 감싼 채 온몸을 뻗고 엎드렸다. 이어 이들이 서원문을 낭독하자 주례가 종신서원의 표지로 흰색 도포를 한 벌씩 수여했다.

황인국 몬시뇰은 강론을 통해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를 알아 하느님의 아들로서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일생 동안 주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겠다는 여러분에게 은총이 내리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선배 수사들이 검은색 수도복 위에 흰색 도포를 입혀줌으로써 이들은 수도회의 정식 멤버가 됐다. 80여명의 선배 수사들은 이들을 한 명씩 포옹하면서 종신서원을 축하해주었고, 이를 지켜보는 신자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세속에서의 부유한 삶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데 대해 한진욱 수사는 "가난하게 사는 게 힘들 수도 있겠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고통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것을 떨치고 하나님과 하나되는 것이 인생의 보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수사는 "세속의 행복은 물질적인 행복이지만 우리의 행복은 하느님께 봉사, 찬미하며 영혼이 구원되는 것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종신서원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 4명은 모두 성직을 희망해 7월에 부제품, 내년 여름에는 사제품을 받을 예정이다.

이 수도회 외에도 주님 봉헌 축일을 맞아 작은예수수도회ㆍ작은예수수녀회ㆍ나자렛예수수녀회(5일), 까리따스수녀회(8일ㆍ광주 본원),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9일ㆍ양산 무아의집),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회(11일ㆍ대구 월배성당) 등에서도 종신서원식이 열린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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