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파행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 무대를 밟는 새내기들도, 자식 같은 선수들을 프로무대로 보내는 대학 지도자들도 드래프트장을 박차고 나갔다. 아무런 대책 없이 구단에만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허공만 쳐다볼 뿐이었다.
3일 서울 양재동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9 프로농구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사상 최악의 파행 끝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중앙대 가드 박성진(23ㆍ182.2cm)이 전체 1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된 것을 비롯해 총 40명의 지원자 중 17명(42.5%)이 프로에서 뛰게 됐다. 17명은 역대 최소 기록인 지난 2004년과 같은 인원. 42.5%의 지명률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는 대어급이 가장 적었던 탓에 낮은 지명률은 애초부터 예상됐었다. 그러나 전날 열린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예상보다 많은 5명이 지명된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선발인원이 최대 15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드래프트가 시작된 오후 2시 정각, 행사장에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이지 않았다. 일종의 보이콧이었다.
대학 감독들과 선수들은 '혼혈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팀이 1라운드에서 2명씩, 선발한 팀이 2라운드에서 1명씩 총 15명을 지명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에야 입장했다. 그러나 1라운드 8순위에서 모비스가 지명권을 포기하자 단체로 행사장을 박차고 나갔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사전에 KBL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단 한번도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KBL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김동광 경기위원장의 중재로 30분 만에 드래프트는 속개됐지만 축하와 감사의 자리가 돼야 할 드래프트장에는 싸늘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혼혈선수 드래프트에 밀려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 선수들은 넋을 잃었다.
혼혈선수를 뽑지 못해 억울한 데다 5년 계약을 해야 하는 1라운드 신인을 '울며 겨자 먹기'로 2명씩 선발한 4개 구단 역시 입맛만 다셨다.
한편 2순위 대구 오리온스는 건국대 포워드 허일영(24ㆍ194.5cm), 3순위 울산 모비스는 동국대 출신 가드 김종근(23ㆍ180.8cm), 4순위 서울 SK는 명지대 변현수(23ㆍ184.4cm)를 뽑았다. 2라운드 2번으로 SK에 뽑힌 명지대 박규섭(24ㆍ200.4cm)은 이전 트레이드에 따른 약속에 따라 창원 LG로 가게 됐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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