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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오바마의 그린카와 한국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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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오바마의 그린카와 한국차

입력
200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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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린카 육성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산업은 내연자동차 중심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경쟁의 틀이 급격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카 개발은 일본 업체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1997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후 10여년이 지났지만 그린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지원 명분 뚜렷한 환경차

수송업계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의 전 세계 배출량에서 약 20%를 점하고 있다. 그만큼 자동차산업이 주도적으로 친환경차를 통해 지구를 지켜가야 하는데도 지지부진한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기술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이 주도한 그린차프로젝트가 기술과 제품에 의한 시장 개발이었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그린차프로젝트는 시장을 위한 제품 개발로 달라지게 된다.

미국 자동차업체에 그린차 육성정책은 호재가 될 것이다. ‘달릴수록 환경이 깨끗해지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도덕적 해이의 주범이고 강성노조로 비난 받아온 미국의 빅3는 새로운 희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개선의 주역까지 될 수 있다면 미국 자동차산업은 위기 극복의 성장동력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첫째,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국가경제의 척추(backbone)인데도 정부가 실패한 기업을 지원해야 할 명분이 약했다. 그러나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시대적 사명은 지원 명분과 실리의 불일치문제를 해결해 준다. 미국 자동차산업에 위기요소였던 온난화와 고유가가 이제 기회요소로 바뀌어가고 있다.

둘째,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전 행정부가 파기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정책 재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휘발유 1ℓ에 8㎞를 가는 미국산 자동차를 2020년까지 15㎞ 이상 갈 수 있게 연비를 높이도록 한 행정명령은 가격과 성능경쟁을 연비와 환경친화성 경쟁으로 바꾸게 할 것이다.

셋째, 업체 간 경쟁을 공장 간 경쟁에서 연구소 간 경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미국 자동차산업 위기의 핵심은 빅3 공장의 ‘약한 현장’ 이 일본공장의 ‘강한 현장’에 압도 당한 결과이다. 그린카정책은 취약요소인 생산현장보다는 미국의 강점인 연구개발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친환경차 개발경쟁은 가속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그린카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소형차의 연비경쟁력이 있는 한국기업에 기회가 되겠지만 중ㆍ장기적으로 커다란 위기요소가 잠복해 있다. 하이브리드차량은 80% 이상이 일본업체의 특허로 둘러싸여 있어 기술 개발의 여지가 매우 좁다. 또 그린카 개발을 위해서는 당분간 수익성 없이 막대한 투자와 적자시대를 감수해가야 한다.

상생적 네트워크 구축 노력을

그럼에도 차세대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풀어가야 할 큰 숙제 중 하나다. 그린카 육성과정에서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차, 수소연료 전지차, 클린 디젤 중 어느 하나로 표준화경쟁이 시도될 것이다. 표준화는 기술이 있는 일본업체가 아니라 시장이 있는 미국업체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높다. 표준화란 내부 기술의 우수성보다 이용자를 늘려가는 외부성 확보전쟁이다. 혼자 잘하는 단일제품 제조사(stand alone)전략보다 플랫폼 기반 상생적 네트워크전략의 유용성이 높다. 내부성의 신화를 고집하기보다 외부성 신화를 열어가는 자세가 중요해지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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