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일 영국에서 ‘독재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봉변을 당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원 총리가 이날 영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케임브리지대 웨스트로드콘서트홀에서 대학생 등 500여명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을 때 한 청년이 원 총리를 향해 신발을 던졌다.
더 타임스는 “유럽인의 체형을 가진 한 청년이 연설 도중 일어나 호루라기를 분 뒤 독일어 억양의 영어로 ‘어떻게 (케임브리지) 대학이 이런 독재자에게 몸을 파느냐’고 외쳤다”고 전했다.
청년은 보안 요원이 다가오자 “어떻게 이런 (독재자의) 거짓말을 듣고 있느냐”고 다시 고함을 지른 뒤 회색 운동화를 벗어 원 총리가 있는 연단을 향해 던졌으며 운동화는 원 총리 전방 1m 지점에 떨어졌다. 청년은 보안 요원에 끌려나가면서도 계속 항의했으며 현장의 중국 유학생들은 “끌어내라”고 외쳤다.
원 총리는 침착한 표정을 잃지 않으며 “이같이 비열한 행동이 중국, 영국 두 나라 우정의 장애가 될 수 없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은 뒤 연설을 끝냈다.
이날 해프닝은 지난해 12월 14일 이라크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라크 기자가 구두를 던진 사건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BBC는 “경찰은 청년이 27세로 현재 공중 질서 문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힐 뿐 구체적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동이 일어나기 전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티베트 독립 지지자들이 원 총리을 향해 항의시위를 하다 5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영국 정부에 강력한 불만의 뜻을 전달했고 영국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청년을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원 총리의 케임브리지대 연설은 중국 CCTV를 통해 생중계됐지만 문제의 장면은 방영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해프닝의 전모를 보도하지 않은 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 내용만 전했다.
원 총리는 1월 27일 출국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독일, 스페인, 유럽연합(EU) 본부, 영국 등을 방문하고 3일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왔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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