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강하게 내리 꽂히는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는 배구팬들의 스트레스를 싹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다. 이 같은 번개 같은 스파이크를 단번에 차단하는 '거미손'들의 블로킹은 어떨까. 팬들은 더 없이 짜릿하고 아찔함을 느낀다.
블로킹은 승패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기에서도 핵심 전술 중에 하나로 꼽힌다. 2m43의 네트 위에서 펼쳐지는 때론 짜릿하고 때론 아찔한 블로킹의 세계를 해부했다.
■ 낚시꾼 같은 거미손의 유형
낚시꾼들은 고기를 낚을 때의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하고 매번 바다나 강가를 찾는다. 배구의 '거미손'들도 낚시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파이크를 막아낼 때 전달되는 짜릿한 '손맛'은 블로킹의 최고 매력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미손' 이선규는 "블로킹을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센터들은 저마다의 블로킹 방법을 가지고 있다. 4일 현재 블로킹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봉우(세트당 0.948개, 199㎝ㆍ현대캐피탈)는 '분석형'이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서 상대 세터의 습성과 공격수의 습관을 바탕으로 블로킹을 할 때 참고한다.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선규(세트당 0.941개, 199㎝ㆍ현대캐피탈)는 '레이더형'이다. 세터의 토스를 즉각적으로 따라가는 스타일이다.
'분석형'과 '레이더형'은 장단점이 있다. '분석형'은 습성을 참고하기 때문에 예상되는 패턴 플레이를 잡아내는 데 장점이 있는 반면 순간적인 동작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레이더형'은 순간적인 임기웅변에 강하다. 하지만 '레이더형' 또한 속공을 항상 머리 속에 담아 두고 동작을 연결한다.
블로킹은 공의 움직임을 쫓는 동작이지만 네트를 마주한 세터와 센터간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현대캐피탈이 '거미손군단'이라 불리는 이유도 수싸움에 능하기 때문이다.
윤봉우는 "김호철 감독님이 세터 출신이라 심리를 읽는 노하우를 많이 알려준다. 이 때문에 우리 팀의 센터 블로킹이 좋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손가락 부상은 숙명
블로킹을 도맡는 센터들은 시즌 동안 손가락의 붓기가 빠질 겨를이 없다. 100㎞에 달하는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를 잡아내기 위해 경기마다 수 십번 손을 뻗는 까닭에 손가락이 항상 부어 있다. 예상된 블로킹은 덜하지만 갑작스럽게 손을 내밀다 큰 부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상 방지를 위해 손가락마다 테이핑은 필수이지만 공격수들의 강한 스파이크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선규는 "블로킹 타이밍이 안 좋으면 빨리 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엉거주춤 들이밀다 손가락에 빗맞으면 부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센터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손가락에 금이 가거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면 기본적으로 5주간 재활 기간을 거쳐야 하는 아픔이 있다.
하지만 손가락이 아닌 목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린 공이 블로커의 양 손 사이를 통과하면서 네트 위로 올라온 머리를 강타하는 경우다.
강 스파이크에 맞게 되면 순간적으로 목이 뒤로 젖혀지면서 부상을 입는다. 이선규는 "맞은 머리는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목이 깁스를 한 것처럼 뻐근해 경기가 끝나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큰 신장은 블로킹에 이점이 있지만 이 같은 부상은 키가 커서 발생하는 비애라고 할 수 있다.
● 블로킹 고수들의 노하우
프로배구 감독들은 블로킹할 때 손 모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도자뿐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손이 예쁜 블로커'가 이상적인 거미손이다. 현역 센터들이 뽑는 역대 최고의 거미손은 누구일까. 바로 '손이 예쁜 센터' 방신봉(198㎝ㆍ34)이다.
네트 위에서 상대 공격이 넘어올 때까지 흔들림 없이 최대한 오랫동안 손모양을 지키고 있는 동작을 보고 '손이 예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정석 블로킹 동작을 가장 잘 지키는 방신봉이 자타공인 최고의 '거미손'이다. 방신봉은 블로킹 시 손바닥을 바르고 가지런히 펴 길목을 지키기 때문에 타이밍만 맞으면 어김없이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이처럼 손모양이 예쁜 선수는 단신이라 하더라도 2m가 넘는 공격수의 스파이크를 막아낼 수 있는 게 블로킹의 묘미다. 윤봉우는 "방신봉 선배는 블로킹 감각뿐 아니라 손모양이 정석이어서 후배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블로커"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방신봉은 한 경기 최다 블로킹 득점 기록도 가지고 있다. 2007년 1월27일 삼성화재전에서 그는 블로킹으로만 11점을 올렸다. 그는 2006~07 시즌 LIG 유니폼을 입고 블로킹왕을 차지하기도 杉? 현재 방신봉은 코트매니저로 변신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럼 방신봉을 비롯한 거미손들이 생각하는 가장 까다로운 공격은 뭘까. 바로 '손모양'이 좋지 않은 선수의 공격이다. 손모양이 좋은 공격수들은 예상된 방향으로 공이 오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의 공격은 예측이 어렵다는 것.
이밖에 센터들은 중앙을 지키다 보니 양쪽 날개 공격을 막기가 까다롭고, 스트레이트보다 두 손을 움직이며 쓸어 담아야 하는 대각선 공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김두용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