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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들 '강남 엑서더스'…공실률 한달새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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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들 '강남 엑서더스'…공실률 한달새 2배로

입력
200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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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강남역 4거리에서 삼성역까지 이어지는 테헤란로. 대로변 고층 건물 곳곳에 '임대 문의'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부 건물 외벽에는 '임대료 인하, 대형 사무실 즉시 입주'라고 쓰여진 안내문도 붙어 있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 한 두 달씩 빈 사무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1년 전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로 급속히 옮겨 붙으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앞 다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대한민국 오피스 1번지'인 강남 테헤란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국지연씨는 "작년 말부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테헤란로를 떠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고가의 임대료를 내더라도 서로 들어오겠다고 싸우던 때가 불과 1년도 안됐는데 지금은 건물주들이 (임차인이) 나갈까 봐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오피스전문포털인 저스트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평균 1%대를 유지하던 강남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올 들어 2%대로 높아졌다. 이종우 저스트알 차장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생명보험 회사들이 영업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증권사들도 지점 통ㆍ폐합에 들어가면서 강남에 빈 사무실이 크게 늘었다"며 "아직 임대료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올 연말 공실률이 5%까지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옥 매각에 적극 나서면서 강남의 대형빌딩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실제 테헤란로의 P사 건물은 한때 1,700억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1,000억원에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또 강남제일생명 사거리에 있는 W사 사옥은 800억원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세는 6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강남과 함께 오피스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여의도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롯데캐슬부동산의 김민석 대표는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영업조직을 줄이면서 여의도 일대에 빈 사무실이 넘친다"며 "지하철9호선 개통을 염두에 두고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여의도로 오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아예 사무실을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오피스 단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과거 중소형 공장들이 많았던 이곳은 최첨단 아파트형 공장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IT(정보기술) 벤처단지로 탈바꿈했다. 말이 아파트형 공장이지 내부에 들어가면 일반 사무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특히 이곳 아파트형 공장을 사면 취득ㆍ등록세가 100% 면제되고 재산세ㆍ종합토지세가 5년간 50% 감면된다. 또 분양가의 70~80%를 정부에서 저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어 아예 분양을 받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있다. 자들은 아예 분양을 받기도 한다.

이 지역의 실평수 332㎡(100평) 규모 사무실은 보증금 5,600만원에 월 임대료 560만원대로, 같은 평수의 강남 사무실(보증금 약 2억원, 임대료 1,000만~1,500만원)에 비해 약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사무실을 옮겼다는 이모씨는 "장사는 안 되는 데 비싼 임대료를 내고 굳이 강남에 있을 필요를 못 느껴 구로로 옮겼다"면서 "도심 접근성이 다소 떨어질 뿐 불편한 점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과 여의도의 중소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이현수 인턴기자(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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