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의 역사에 새 장이 열린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은 증권사에겐 기회이자 도전이다. 준비하지 않은 자는 무한경쟁 체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결전을 앞둔 주요 증권사 CEO의 출사표를 들어봤다.(업체는 가나다 순)
■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주치의가 되겠다."
노정남(사진) 대신증권 사장은 올해를 한국형 금융투자회사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는 "전통적으로 강한 리테일(소매) 부문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타사와 차별화하고, 성장성이 높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기반도 꾸준히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선물업 헤지펀드 등 새로운 장르도 개척할 예정이다.
노 사장의 전략은 '토탈금융전문서비스.' 4월 시행이 목표다. 전문 영업직원이 고객의 파트너가 돼 고객의 투자의사 결정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을 비롯해 지속적 관심과 위험 관리를 위한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고객의 금융주치의로서의 전문서비스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풍부한 리테일 영업 전문인력과 최고의 전산시스템이 이를 보증한다.
리스크 관리 역시 대신증권의 강점. 새로 도입한 리스크관리시스템은 시장, 신용, 유동성 리스크를 새로운 투자환경에 맞게 업그레이드했고, 대내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도 통합 관리한다. 노 사장은 "이것저것 다하는 게 아니라 대신증권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 대우증권 김성태 사장
"투자은행(IB) 절대강자의 면모를 보이겠다."
김성태(사진) 대우증권 사장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투자은행의 핵심 영역인 IB 부문을 강화해 2015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역별 장벽이 많이 허물어지는 만큼 법으로 허용된 모든 업무에 참여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 IB 부문의 신용공여 업무, 지급결제 업무 외에도 금리선물과 같은 선물업, 헤지펀드를 포함한 집합투자업 등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트레이딩사업부 내에 있는 금융공학부와 FICC파생부 등을 중심으로 신종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금리 외환 신용 일반상품 등과 연계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임명된 8명의 자산관리 전문 우수직원(Sales Coach)이 영업직원 전체를 상대로 교육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종합적으로 관리 및 컨설팅 하는 프로그램(WM Adviser)도 만들었다.
■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대표
"아시아를 대표하되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
최현만(사진) 미래에셋증권 대표(부회장)는 "차별화한 상품개발을 통해 고객의 투자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자기자본 확충, 전문인력 확보와 투자자보호 강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투자자보호에 보다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며 "고객중심의 금융서비스로 투자자보호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에셋은 출범 이후 투자교육연구소, 퇴직연금연구소, 각종 강연, 총서 발간, 미래에셋미디어 등을 통해 투자자보호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해외 공략의 꿈도 드러냈다. 그는 "신시장에서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 마켓에서의 역량을 보다 키우고,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퇴직연금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자통법 시행으로 업체간 무한경쟁에 접어들지만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 이미지를 놓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익의 사회환원은 자선이 아닌 기업의 일상적 활동이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증권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
박준현(사진) 삼성증권 사장의 목표는 확실한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 그는 우선 "사실상 금융업간 장벽이 없어지고,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 온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내놓은 해법은 차별화. 자산배분과 사후관리 프로세스에 중점을 둔 선진 자산관리 모델의 확립, 차별화한 상품 개발을 위한 IB 및 캐피탈마켓(CM) 부문의 역량강화, 해외진출 가속화 등이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최근 전사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홍콩 일본 등 금융 선진지역의 진출도 진행 중이다. 그는 "특히 홍콩법인은 철저한 현지화로 글로벌 IB와 정면 승부를 벌일 것이며, 향후 아시아 주요 증권사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 신뢰 회복 및 투자자보호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상품판매보다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전문적인 자산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는 "역량과 열정을 모아 고객 한분 한분에게 최적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시장이 어려울수록 이런 노력이 차별화한 서비스로 인식되고 곧 고객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IB) 달성!"
의지는 간결했다. 박종수(사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자산관리 중심의 영업기반 확대와 글로벌 IB와 경쟁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자통법 시행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고객 투자성향 분석과 상품 분류를 통해 투자목적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금융상품 완전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 보호 장치도 대폭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투자은행은 업무지원 선진화를 위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및 신회계시스템을 만들었고, 위험관리와 결제시스템, 인사제도 등 IB 업무 지원시스템도 완성했다.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곧 시행하게 될 소액결제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및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컨설팅의 부가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 연계 복합상품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주도하는 금융투자회사로서 앞으로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표 IB로 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한국형 투자은행(IB) 모델로 한국 금융의 새 역사를 쓰겠다."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설명은 명쾌했다. "자통법 시대의 핵심성공요소는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간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0년간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축척해 IB 업무와 자산관리(AM) 업무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IB-AM 모델 정립'과 해외시장 진출 및 신시장 개척 등 이른바 '금융실크로드 구축'을 바탕으로 한국형 IB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장을 선도해 왔다"고 자부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IB, AM, 브로커리지(BK), 자기자본투자(PI) 등 가장 다양하고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가 발표한 애널리스트 부문 순위에서 아시아 5위, 국내 1위 증권사로 기록되는 등 리서치 부문의 전문성도 인정 받고 있다. 이는 창의적인 비정형 금융투자상품을 생산할 능력을 의미한다. 파이낸셜>
그는 "자통법 기회를 활용해 IB 사업역량 극대화, 우수인력 양성 및 선진 금융인프라 구축, 고객중심의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고객 보호가 우선이다."
최경수(사진) 현대증권 회장은 애민(愛民)에 힘을 쏟았다. 자통법의 핵심 축인 '투자자보호'에 중점을 둔 것이다. 그는 "위험 고지 및 상품에 대한 철저한 설명을 통해 투자자 보호 및 불완전판매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 사장 취임이후 현대증권은 철저한 직원 교육과 컨설팅 역량강화를 위해 매진했다. ▦전직원 대상 온라인 및 자체방송 교육 ▦전문자산관리 상담직원(FA) 아카데미 과정 진행 ▦금융상품 업무평가 ▦투자권유 교육인증제 실시 예정 등이다.
새로운 수익원으로는 자산관리 분야를 꼽는다. 최 사장은 "단순 펀드판매가 아닌 가장 적합한 펀드를 골라주고 판매 후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Choice&Care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수익과 위험관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차별화한 자산관리서비스가 주력무기"라고 귀띔했다.
차세대 시스템도 완비했다. 자통법으로 가능해진 신규 업무와 다양한 신상품 및 서비스를 적시에 지원하고, 지급결제 등 맞춤형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투자자보호, 차별화한 자산관리서비스, 차세대시스템의 삼각편대로 결전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리=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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