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남한과 미국, 북한 내부를 겨냥한 다목적 노림수다. 미사일 발사를 위해서는 최소 1, 2개월 이상이 필요하고, 북한이 실제 행동에는 돌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당장 위협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자극이 대북 정책을 정비 중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게 강공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국무부 대북라인 인선과 대북 정책 검토를 진행 중이다. 특히 북핵 문제에서는 "핵무기 완전 제거 전 북미 관계정상화 불가"(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라는 터프한 원칙론을 강조, 유화책을 기대하던 북한을 애타게 하고 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겨냥해 뭔가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키는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남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등으로 말로 할 수 있는 대남 위협은 다한 상태다. 따라서 이제는 행동이 필요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직접 도발 이전에 한반도 위기 지수를 높이려는 군사적 포석이 미사일 발사 준비 움직임인 것이다.
물론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 발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다 중도에 그만 둔 일이 여러 차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한미 양국을 최대한 압박하고, 몸값을 올리는 수준에서 카드로 활용한 뒤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함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대포동 2호 미사일 엔진에는 기술적 결함이 있는데 북한이 2년 사이에 이를 해결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함부로 미사일을 쏘다 또 한 번 실패하면 북한에는 치명적 타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내ㆍ외 여건을 볼 때 준비만 되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망도 있다. 기념일을 중시하는 북한 체제 특성상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3월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등을 전후해 ▦대남 압박 ▦김정일 3기 체제 출범 기념 ▦대미 협상용으로 장ㆍ단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다고 항변하는 것인데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정책과 입장을 오판하지 않도록 정제된 메시지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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