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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몰입 교육' 바람 타고 우후죽순/ '미국 교과서 영어반'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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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몰입 교육' 바람 타고 우후죽순/ '미국 교과서 영어반' No problem?

입력
2009.02.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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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look at the map of Washington DC. Find buildings that are symbols." (워싱턴 DC의 지도입니다. 도시의 상징 건물들을 찾아볼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대치동의 N영어학원 강의실. 초등학교 2~3학년 어린이 8명이 캐나다 출신 강사 데이비드(24)씨와 함께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사회(Social studies)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물론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강사가 지도 속의 링컨기념관을 가리키며 "링컨이 누군지 아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일제히 "president"(대통령)라고 외친다.

미국 교과서로 영어는 물론,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수준과 질은 천차만별이어서 "유학 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등 귀를 잡아끄는 학원들의 선전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 '영어몰입' 바람에 인기상승

원래 '미국 교과서반' 프로그램은 10여년 전 해외에서 오래 살다가 귀국한 학생들이나 미국 교과과정을 미리 익히려는 예비 유학생을 위한 과정으로 생겼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른바 '영어몰입교육' 열풍과 맞물려 학원가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동, 도곡동 일대에서 미국 교과서반을 운영하는 학원은 최근 2,3년 사이 10여개에서 20여개로 늘었다. 목동의 한 학원은 2007년 6개였던 미국 교과서반을 올해 12개로 늘렸는데도 수강 접수를 시작하기 무섭게 자리가 꽉 찬다.

보통 주 2~5회 하루 2시간씩 수업이 이뤄지며, 문법 중심의 영어(English), 문학작품 강독(Reading), 역사를 포함한 사회(Social Studies), 과학(Science) 등 네 과목을 주로 가르친다. 사전에 레벨 레스트를 실시해 미국식 학년을 배정한다.

학원들은 저마다 "미국 교육과 똑같이 운영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업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주제별 토론은 물론 숙제로 내는 영작문(Essay)까지 철저하게 미국식으로 교육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어민 교사가 교과서를 읽고 설명해 주는 수준인 곳도 적지 않다.

■ 유학 대비에서 대체까지

강남의 P학원은 미국 학교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교과서는 물론 교실과 복도 등 학원 어디에서도 한글을 찾아볼 수 없다. 주 5회 수업에 월 수강료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반에 10명 안팎인 학생 중 2,3명은 미국 시민권자다. 학부모 김모(39ㆍ여)씨는 "원정출산 한 아이들을 고급 영어유치원을 거쳐 미국 교과서로 가르친 뒤 유학 보내는 게 일종의 정통 코스"라고 말했다.

석 달에 한 번 여는 선생님과 학부모 모임(Conference) 역시 영어로 진행된다. 초등 2학년 딸을 둔 우모(36ㆍ여)씨는 "부모들이 어찌나 영어를 잘 하는지 주눅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내에서 이런 학원은 강남과 용산 등지에 3,4곳 운영되고 있다.

대치동, 개포동, 반포동, 목동 등 학원가의 '미국 교과서반'은 대개 주3회에 수강료 월 30만~40만원 안팎이다. 이곳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유학대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국제중이나 외고 등 특목고 입시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모(36ㆍ여ㆍ도곡동)씨는 "기러기 했다가 애들도 가정도 망치는 경우가 많아 유학 대신 미국 교과서반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나 강동, 그리고 중계동과 같은 강북 지역은 주3회 기준으로 한 달에 14만~25만원 선으로 강남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부터 초등 1학년 딸을 미국 교과서반에 보내고 있는 임모(39ㆍ여ㆍ공덕동)씨는 "우리 아이가 강남 아이들보다 뒤처질까 걱정돼 보내기 시작했다"며 "다른 학부모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 미국 교과서반 과연 효과 있나

학원측은 유학은 물론 토플 등 각종 영어시험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토플 시험의 경우 독해는 물론 청취 지문도 미국 교과서 지문과 유사해 고득점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도곡동 Y학원의 조영주 부원장은 "미국 교과서반을 수강하는 고학년생은 거의 토플 점수(iBT)가 70~80점으로 일반학생들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2,3회 수업만으로 유학대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미국 교과서반 열풍이 '영어몰입교육' 바람을 탄 학원가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치동 N학원의 김여명 원장은 "양질의 강사와 교과서를 뒷받침하는 각종 보충 교재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무늬만 미국 교과서 반인 학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장미경 고려대 국제어학원 교수는 "올해부터 초등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쳐 미국 교과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비판의식이 부족한 아이들의 사고방식까지 무의식적으로 미국화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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